'그들만의 축제' 비판도

베이징의 명물 중 하나인 싼룬처(三輪車)가 사라졌다.

2~3㎞ 정도의 가까운 거리를 3~4위안(450~600원)에 운행하던 싼룬처에 최근 일제단속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싼룬처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개조한 일종의 간이택시다.

교통질서를 어지럽히고,특히 사고가 났을 경우 대책이 없는 불법 영업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올림픽 개최를 앞둔 도시정비 차원에서 당국이 싼룬처를 쫓아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문제는 싼룬처 운전사들이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가난한 서민이라는 점이다.

올림픽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축제가 아닌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5위안(750원)을 받고 머리를 깎아주는 거리의 이발사,다리나 고가도로 밑에서 자전거를 고치거나 구두를 수선해주는 이동점포는 모두 사라졌다.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던 베이징의 거지들도 모조리 추방됐다.

아파트 지하의 소위 '벌집'에 살고 있는 서민들도 가스 폭발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방을 빼야 했다.

길거리에 좌판을 벌여놓고 양고기 등을 구워 팔던 사람들도 없어졌다.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도 단속이 강화되면서 수입이 떨어져 울상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공사 중단으로 일거리를 잃어버리게 된 민공(民工·농촌 출신 근로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건설근로자로 후베이성에서 왔다는 차오씨(35)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공사가 중단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낡은 건물들은 잇따라 해체되고 있다.

베이징의 명물이자 문화유산인 전통 골목 후퉁(胡同)도 올림픽 재개발 프로젝트로 대부분 훼손됐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공항고속도로 주변의 건물들은 외벽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말이 보수 공사지 낡은 건물 위에 합판을 덧대고 페인트칠을 하는 수준이다.

비용은 건물주가 전액 부담한다.

한국인 밀집지역인 왕징에서도 상점마다 간판 교체령이 떨어졌다.

베이징의 서민들만 올림픽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장이나 시짱 등 분리운동이 일어났던 곳은 당국의 강압 조치가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신장 우루무치의 성화봉송 행사에 참석했던 한 기업인은 "도로에 나가는 것도 허가증이 필요하고 건물 옥상마다 무장경찰이 배치돼 있었다"며 "적어도 이곳에선 올림픽을 축제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림픽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알리는 역사적인 프로젝트임에 틀림없지만,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그림자에 가려 고통받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