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금의환향)는 말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 방문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그가 태어난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윗행치마을은 10여가구에 불과 30여명이 살고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반 총장의 고향 방문을 맞아 5일 이른 아침부터 200여명의 취재진과 인근 마을 사람들 300여명이 몰려들어 서 있을 자리를 찾기도 힘들었다.

원남 한마음 풍물단원 40여명은 반 총장이 오기 30분 전부터 신명나는 풍물 연주를 시작했고 노인들은 막걸리와 함께 일찌감치 흥겨운 잔치분위기였다.

예정된 시간인 오전 10시 정각에 방탄 캐딜락을 타고 경찰차와 석 대의 경호차량에 둘러싸여 고향을 찾은 반 총장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그는 "감개무량하다.

오랜만에 오니 마을 입구부터 정리가 잘 돼 있고 깨끗하게 정비돼 놀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반 총장에 대해 마을 어른들은 "꿈을 갖고 한 길에 매진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형적인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고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꿈을 심어주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는 "사무총장이 되고 보니 옛날에 우리가 아무리 고생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편하고 좋은 데서 생활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며 "세계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행치마을,음성,충청도,한국민 모두 한국을 벗어나 세계인이 되는 기틀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고향인 행치마을은 '살구나무가 많은 고개'라는 뜻을 갖고 있다.

3개 마을로 이뤄져 있는 행치마을에는 예로부터 삼신산(보덕산) 세 신령의 정기로 인해 세계적인 인물 세 사람이 나올 것이란 예언이 있다고 한다.

위인과 장군,부자가 그것인데 반 총장으로 인해 위인이 날 것이라는 예언은 현실이 된 셈이다.

마을 이장 반장환씨는 "위인이 나왔으니 세계적인 장군과 부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 있냐"며 자랑스러워했다.

시골의 한 작은 마을에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제적인 명소가 된 행치마을.이 땅의 곳곳에서 세계적인 인물이 더 많이 배출됐으면 하는 소망은 행치마을 이장님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음성(충북)=임원기 정치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