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90.4㎞의 중앙선 복선전철 공사는 2001년 착공돼 당초 2007년 개통 예정이었지만 2009년으로 한 차례 미뤄진데 이어 최근 2010년으로 또 다시 개통 시기가 연기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저 '목표'일 뿐 실제로는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예산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공사를 위한 1년 인건비만 10억원이 넘는데 올해 예산으로 고작 5억원이 배정됐다"며 "일부 구간에서는 돈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이 철수한 상태여서 일러야 2012년께나 완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철도와 도로 사업이 곳곳에서 지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도로.철도 개통시기에 맞춰 입주할 예정인 판교.파주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입주 초기 심각한 교통난이 우려된다.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에서 일산을 거쳐 서울 상암동을 잇는 연장 24.9㎞의 제2자유로는 당초 내년 말 개통 예정이었지만 올 들어 2010년으로 연기됐다.

시공업체들 사이에서는 2011년께야 개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착공됐지만 노선을 둘러싼 고양시와 파주시의 갈등으로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다 최근에야 재개됐기 때문이다.

올해 말로 예정됐던 교하신도시 인근 경의선 복선전철 개통도 지연되고 있다.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파주 문산~서울 성산~용산 구간 가운데 문산~성산이 내년 6월 개통되고 성산~용산은 2012년에야 개통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간 일부가 당초 지상에서 지하로 변경된 데다 정부와 경기도,서울시가 모두 예산 부족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총 7만5000여가구가 입주할 교하신도시 주민들이 당분간 큰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판교신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말부터 총 2만9000여가구가 단계적으로 입주할 예정이지만 이곳의 주요 도로인 용인~서울 고속도로는 내년 6월에나 개통될 예정이다.

당초 지난해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개통시기가 올해 말로 미뤄진데 이어 올해 또 다시 내년 6월로 연기됐다.

풍덕천 4거리~세곡동(17.3㎞)을 잇는 국지도 23호선 확장공사도 내년 11월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이처럼 주요 도로.철도 개통이 늦어지는 것은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고 있는 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대규모 도로.철도 사업에 돈을 쏟아부을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사업 진행 과정에서 빚어지는 토지 보상 문제,노선 결정에 대한 지자체 간 갈등 등도 개통 지연의 요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 예산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정부의 예산(일반회계) 대비 SOC 투자 비중은 2000년 17.1%에서 2005년에는 12.0%,지난해에는 9.2%로 감소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박용석 박사는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당 교통 인프라가 OECD 국가 중 중위권 수준이라지만 인구나 차량 대수당 도로 연장은 최하 수준"이라며 "더욱이 예산 부족으로 도로.철도 공사가 지연되면 물가 및 땅값 상승으로 실제 투입 예산이 더 드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