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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가 있는 갤러리] 허형만‘ 無心(무심)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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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하다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뜬금없이 사십 년간 소식을 몰랐던 대학 동창이

    자기도 무심했지만 절더러 더 무심하다 했습니다

    닫혀진 인연이 다시 열린다는 건 분명 전율입니다

    지금 열려 있는 인연들도 언젠가는 모두 닫혀질 터이지만

    세상에,사십 년 전 그 친구

    육십의 고개를 넘어와 어느 풀밭에서 쉬다가

    어쩌자고 문득 제 생각이 났을까요

    (…중략)

    늙어간다는 것은 고독해진다는 것이리라

    고독해진다는 것은 마음의 빗장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리라

    날은 흐리고 왠지 서글퍼졌습니다

    잊혀졌던 시간들이 일제히 튀어 오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허형만 '無心(무심)에 관하여' 부분


    숱한 인연이 열리고 닫혔다.

    서로를 생의 전부인 것처럼 따끈하게 안아들이던 인연들조차 덧없이 흩어졌다.

    어수선한 세상 어느 풀밭을 파리한 모습으로 헤매고들 있을까.

    40년 만에 연락이 왔다고 놀랄 일도 아니다.

    열려 있는 인연들도 대개 무심속에 묻혀 있지 않은가.

    이제 남은 일은 황혼녘 문득 부음 한 장 받아들고 추억에 젖어드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인연이 없으면 내 삶도 없지만 인연은 또한 그렇게 덧없는 것이다.

    마침내 다시 볼 수 없는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에 그저 서글퍼질 뿐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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