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올레 슬로러는 지난달 6일 "국제유가는 미국 드라이빙 시즌이 최고조에 달하는 독립기념일(7월4일)까지 배럴당 150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보고서를 내놨다.

당시 유가(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는 5월 말 배럴당 133달러를 찍은 뒤 120달러대로 내려앉은 데다 거품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슬로러의 예측대로 '유가 150달러 시대'는 현실화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WTI는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145.85달러까지 상승,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장은 배럴당 150달러 돌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70%에 달하는 원유 전문가들이 다음 주엔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폐막된 세계석유회의(WPC)에서도 유가 급등에 대한 책임 공방만 치열하게 벌어졌을 뿐 고유가에 대한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함에 따라 상승세를 부추길 전망이다.

슬로러는 국제유가를 전문으로 예측하는 상품투자 전략가는 아니다.

유전관련 기계 및 서비스 주식에 대한 분석이 전공이다.

포브스가 최근 내놓은 '2008년 베스트 애널리스트' 명단에서 슬로러는 원유나 원유개발이 아닌 유전 기계류 분야의 4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번에 그의 유가 전망이 적중하면서 세계적으로 '족집게'란 명성을 얻었다.

반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등세를 이어가는 것은 투기세력이 원유 선물시장의 랠리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며,그 중심에 슬로러 같은 투자은행 전문가들의 선동이 있다는 비판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