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힐턴 L 루트의 <자본과 공모>는 경제학자나 정치가,관료,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정부가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심한 홍역을 앓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면 정부의 정책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경제 개혁의 첫 번째 과제는 지도자의 이해와 그가 통치하는 모든 국민의 이해를 일치시킬 수 있는 법과 제도들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도자의 경제 개혁이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국민적 합의가 있을 때 국민이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고 창의성 있는 경제활동을 한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가난한 것은 경제와 정치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위시한 국제기구는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만큼 경제 발전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본 부족'이라 보고 기금을 제공했다.

이 기금이 한국처럼 경제 활동에 사용된다면 그 나라는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금이 상당히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권력자들에게 그대로 이양돼 경제 발전이 아닌 그들의 지지 기반을 다지는 데 쓰여졌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이 발전하려면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을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진국 국민은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제어해줄 국가 또는 민간 차원의 제도를 믿고 기꺼이 투자한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국민은 투자는커녕 은행에 예금하는 것도 꺼린다.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줄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가족을 제외한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확실성에 빠지는 것이다.

가족밖에 믿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후진국의 출산율은 놀랄 만큼 높다.

높은 출산율이 1인당 GNP(국민총생산)를 떨어뜨리는 역할도 한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제도 개선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국가 경제가 산다는 저자의 주장은 우리의 불안정한 시국을 타개할 조언으로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한국 사회에는 곳곳에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수식을 달고 등장한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매우 높았지만 물가는 치솟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9%까지 하락하면서 통치 리더십이 위태로울 지경에 이르렀다.

저자는 정부가 불확실성을 리스크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을 추진할 때 반드시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경제 성장뿐 아니라 공공부문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이뤄지는 경제 자유화는 서민들을 오히려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경제 자유화는 대개 무역정책,금융정책,재정정책,산업정책 등을 포함하는 경제정책만을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정책의 우선 순위 안에 교육,보건,인권 등과 같은 인적자원 개발정책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국 아시아 아프리카 러시아 중남미 등 전 세계를 아우르며 경제 발전의 논리를 정치 발전의 논리와 같이 풀어나간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철저한 연구 자료가 책의 가치를 돋보이게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학계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매우 유익하게 다가갈 것이다.

서찬주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