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지난 4월 명동지점을 없애고 인근의 명동중앙지점(옛 조흥은행 지점)과 합쳤다.

명동지점은 유동 인구가 많은 명동 들머리에 위치해 사람들의 약속장소로 이용돼온 상징적인 곳이다.

그러나 불과 200미터 떨어진 곳에 중앙지점이 위치해 좁은 상권에서 같은 은행의 두 지점이 경쟁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통폐합한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 지점이 할 수 있는 일을 두 지점이 나누다보니까 고객과 업무가 중복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 영업점 지도 다시 그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영업점 재배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택지개발지구나 재개발지역 등 신규 수요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점을 늘려나가되, 생산성이 떨어지는 지점은 과감히 없애거나 인근 지점과 통폐합하고 있다.

옛 조흥은행과 통합한 신한은행은 최근 1년 동안 무려 77개의 지점 또는 출장소를 폐쇄했다.

영업점 지도에서 사라진 곳만 서울에서 38개에 달한다.

우리은행도 마산 동성동지점과 전주 서노성동지점을 인근 점포와 합쳤다.

대신에 올 하반기에는 신도시나 역세권을 중심으로 20여개의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작년 하반기부터 서울의 청담북지점, 부산 해운대지점, 대구 두류동지점 등 9곳을 없앴다.

현재 1천200여개의 국내 최대 영업망을 갖춘 국민은행은 앞으로도 영업점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원 행장이 최근 직원들에게 "성장세가 정체 또는 하락해 고객이 줄고 있는 영업점은 통.폐합하는 등 혁신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영업점을 재점검하고 있는 이유는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의 발달로 은행 창구를 찾는 고객이 줄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포들이 많기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뱅킹을 통한 자금이체, 조회 및 대출서비스 이용 건수는 전년에 비해 40%나 급증했다.

또 금융서비스 전달채널 가운데 창구거래의 비중은 20%선으로 떨어진 반면 인터넷뱅킹과 텔레뱅킹, 자동입출금기(CD/ATM)을 이용한 거래비중은 80% 선에 달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창구에 고객이 와야 상품도 권유하고 판매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방문 고객이 줄고 있다"며 "신도시 등이 생기면서 옛 도심에 위치한 지점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 침체도 고객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시가 활황일 때는 펀드에 가입하려고 고객들이 몰렸으나 주가가 1,600선 대까지 추락하면서 고객들의 발길도 함께 뚝 끊겼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은행들이 고유가와 내수침체 등으로 향후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영업점 재정비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1층 점포는 옛말..점포 슬림화.리모델링도 추세
은행들은 과거와 달리 소규모 점포를 선호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거주자들의 경제력도 높은 `돈맥'을 정확히 짚어내 직원 10명 안팎의 소형 점포를 내는 추세다.

시중은행 점포 담당자는 "과거에는 점포당 50명이 넘는 곳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주요 상권에만 대형 점포를 내고 나머지는 소수 인원으로 운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오는 8월부터 `IBK월드'라는 신개념 미니점포를 시험 운영할 계획이다.

창구직원 역할을 대신하는 `텔러 ATM'을 들여놓아 고객이 직접 이 기기를 이용해 각종 금융거래 뿐 아니라 추후 통장 개설까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은행 직원은 상담 위주로 5∼6명만 배정한다.

개인 고객을 보다 많이 확보하려면 영업점망을 늘려야하지만 기존 형태의 점포를 확충할 경우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러한 방안을 고안하게 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을 내려면 331㎡ 정도가 필요한데 미니점포는 절반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은행 지점은 1층'이라는 관행이 깨진 지도 오래다.

국민은행은 올해 신설한 점포 19곳 가운데 6곳을 2층 이상으로 골랐다.

신도림테크노마트 지점은 4층에, 삼성타운 기업금융지점은 7층에 들어섰다.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그리고 대형 쇼핑몰 등은 1층 입점 경쟁이 치열한데다 임대비용도 만만치 않기때문이다.

은행들은 본점과 영업점 리모델링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현재 당산동과 성수동, 종암, 독산동 등 우리은행 소유 건물에 위치한 4개 영업점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노후화된 영업점의 대외 이미지 개선과 고객만족도 향상은 물론 자체 소유 건물의 부가가치 상승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서울 을지로 본점의 리모델링 계획을 최근 수정해 완전 철거 후 신축키로 했다.

하나은행은 내년 1월 본점 건물을 철거한 뒤 1천420억원을 들여 지상 25층, 지하 7층, 전체면적 5만1천㎡ 규모 건물로 신축할 계획이다.

재입주는 2011년 말에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최현석 최윤정 기자 fusionjc@yna.co.krharrison@yna.co.kr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