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인체 임상시험 승인 "순도.수율 우수"
내년 하반기 판매… 세계 12번째 자급자족國

내년부터 '독감 백신 자급자족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지금까지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했던 독감 백신을 녹십자가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내년 하반기부터 양산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녹십자(대표 허재회)는 자체 개발한 독감 백신인 'GC501'에 대한 동물실험을 끝마치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고 1일 발표했다.

녹십자는 1995년부터 3년간 독감 백신을 생산한 경험이 있고 동물실험 결과 GC501이 정제도와 순도,수율 등에서 기존 제품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무난하게 임상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녹십자는 1995년 독감 백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관련 시장이 협소했던 탓에 해당 사업부를 네덜란드 바이오 기업인 라인바이오텍에 넘겼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AI(조류 인플루엔자) 등 강력한 독감이 잇따라 발병하면서 다시 독감 백신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녹십자는 내년 3월께 임상시험을 끝마친 뒤 내년 하반기부터 백신 완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 이어 세계 12번째 독감 백신 자급자족 국가가 된다.

독감 백신 생산업체가 없거나 생산 능력이 부족한 국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독감이 창궐할 경우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독감 백신 생산업체들이 자국 국민에게 먼저 백신을 공급한 뒤 남는 물량만 수출하기 때문이다.

실제 2004년 미국에서는 자국 내 독감 백신 물량이 모자라자 많은 사람들이 독감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캐나다를 찾는 '백신 투어'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올 연말께 완공되는 전남 화순 공장의 백신 생산 규모가 연 5000만 도즈(dose.1회 접종량)에 달하는 만큼 독감이 전국적으로 유행하더라도 전 국민이 접종받을 수 있다"며 "국내에서 소비하고 남은 물량은 동남아시아 등에 판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녹십자는 이와 함께 2010년 품목 허가 획득을 목표로 AI 백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2005년 국내 최초로 영국 국립생물기준통제연구소(NIBSC)로부터 AI 균주를 확보한 뒤 소규모 생산 공정에서 실험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유정란에 균주를 배양하는 '유정란 제조법'은 독감 백신뿐 아니라 AI 백신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며 "내년 중 임상시험에 들어가 2010년께 AI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