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7월 울산시 매암동의 현대정공 공장에는 군에서 쓰다 폐기한 트럭과 지프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자동차 부품 자재와 생산 노하우가 충분하지 않았던 당시,폐차에서 뜯어낸 부품을 재생해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브레이크 페달,엑셀레이터는 물론 하다못해 윈도 브러쉬까지 다시 써먹을 수 있는 부품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챙겼다.

해방 직후 들여온 군용(軍用) 차량은 물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신분 과시를 겸해 타고 다니던 '찝차'의 부품들도 어김없이 재활용됐다.

첫 국산 고유 모델인 현대자동차의 '포니'가 막 양산에 들어갔던 즈음이지만,부품이 턱없이 부족해 애프터서비스용 부품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현대모비스의 '메이드 인 코리아' 부품은 글로벌 최고 완성차 업체들이 탐낼 정도의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한때 재활용 부품을 요긴하게 제공했던 크라이슬러의 '찝차'에 들어가는 섀시 모듈 등 핵심 부품을 현대모비스의 '메이드 인 코리아'가 공급하게 된 건 완벽한 상전벽해(桑田碧海) 드라마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생산하는 각종 모듈(핵심부품 조립체)은 현대ㆍ기아차 품질 경쟁력의 핵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회사인 덴소를 탄생시킨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부러워할 정도다.

현대모비스의 '부품 대역전 드라마'는 아직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해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들어갈 구동장치와 섀시 등 첨단 부품 및 경량화 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