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23㎝,무게 1.3㎏,가격 400만원.'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8년 7월1일 한국에 첫 등장한 휴대폰(모토로라 다이나택 8000)은 이렇게 탄생했다.

길이 10㎝,무게 110g 정도인 요즘 휴대폰을 생각하면 휴대폰이 아니라 '벽돌'을 들고 다니며 통화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미국 AT&T사가 세계 최초로 시작한 아날로그 방식 이동전화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한 지 20년을 맞았다.

당시 휴대폰 한 대 가격이 400만원(당시 현대 포니엑셀 자동차 한 대 가격은 500만원)에 육박,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국민 한 명이 휴대폰 한 대씩을 갖는 1인 1휴대폰 시대(가입자 4473만8000명,보급률 92.2%)에 들어서 있다.

지난 20년 동안 요금도 싸졌다.

1286원이었던 서울~부산 간 3분 통화 요금은 20년이 지난 지금은 324원이다.

단순 금액으로 4분의 1,물가를 감안하면 3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음성 통화에 머물던 서비스 수준도 영상전화는 기본이고 음악,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모바일 상거래,모바일 방송 등 생활 전 분야로 확산됐다.

휴대폰 도입은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발전에도 기폭제가 됐다.

이동전화를 서비스하기 위해 국내업체들이 장비,단말기,콘텐츠 등의 개발에 나서면서 전후방 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1980년대까지 미국 모토로라,영국 테크노폰 등 외국산 단말기가 한국 시장을 독점했다.

하지만 1991년에는 삼성,금성,현대 등 국내 제조사들이 휴대폰 제조에 참여했고 1996년에는 디지털 이동전화(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회도 열었다.

이제는 전 세계에 판매되는 휴대폰의 27%를 국내 제조사들이 만들 정도로 IT 강국으로 발전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