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9월 이후 계속해 온 금리인하 행진을 중단하고 통화정책 기조를 조만간 긴축 쪽으로 선회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경기둔화 우려를 감안,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나타냈다.

예상대로 FRB가 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뉴욕 증시는 소폭 상승한 반면 달러화 가치는 소폭 하락하는 등 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월가에서는 FRB가 금리를 당분간 동결한 뒤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 인상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FRB의 금리 동결은 예상된 것이다.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FRB는 2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발표한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에너지 및 다른 상품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적시했다.

대신 지난 4월 성명서에 포함돼 있던 '근원 인플레이션은 다소 개선돼 왔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반면 경기하강 위험성에 대한 표현은 '전반적인 경제 활동이 어느 정도 견고한 가계 소비를 반영하면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완화했다.

한마디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걱정되기는 하지만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소비 심리와 여전히 추락하고 있는 주택 경기,다시 불거지고 있는 신용 위기 등을 감안할 때 경기도 안심할 단계는 아닌 만큼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떻게 보면 FRB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라는 악재에 갇혀 딜레마에 빠졌다는 '고해성사'로도 해석된다.

BNP파리바의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어 패브리는 "당초 9월 중 금리 인상을 예상해 왔지만 이번 발표로 그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유가와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인상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PNC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다이는 "FRB가 연말까지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