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해 9월 이후 계속해온 금리 인하 행진을 중단하고 통화정책 기조를 조만간 긴축 쪽으로 선회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경기 둔화 우려를 감안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임을 나타냈다.

월가에서는 FRB가 금리를 당분간 동결한 뒤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 인상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FRB가 이번에 금리를 동결키로 결의함으로써 그동안 계속돼온 통화 완화정책은 긴축으로 전환됐다.

FRB는 그러나 금리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진 않음으로써 당분간은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예상대로 FRB가 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뉴욕 증시는 소폭 상승한 반면 달러화 가치는 소폭 하락하는 등 시장은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FRB의 금리동결은 예상된 것이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발표한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곳곳에서 지적한 반면 경기 하강 위험은 감소했다고 밝혀 앞으로 통화정책 목표가 '성장 저하 방지'에서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로 전환될 것임을 시사했다.

FRB는 우선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하게 지적했다.

성명서에선 "에너지 및 다른 상품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적시했다.

대신 지난 4월 성명서에 포함돼 있던 "근원 인플레이션은 다소 개선돼 왔다"는 문구는 삭제했다.

반면 경기 하강 위험성에 대한 표현은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어느 정도 견고한 가계소비를 반영하면서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완화했다.

모건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그린로는 "FRB의 이런 표현은 앞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통화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FRB는 이처럼 긴축 쪽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밝히면서도 금리를 당장 올리지는 않을 뜻임을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해와 내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게 이런 해석을 가능하게 해준다.

아울러 경기가 확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몇분기 동안 성장세가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는 종전 입장도 유지했다.

한마디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걱정되기는 하지만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소비심리와 여전히 추락하고 있는 주택경기,다시 불거지고 있는 신용위기 등을 감안할 때 경기도 안심할 단계는 아닌 만큼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떻게 보면 FRB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라는 악재에 갇혀 딜레마에 빠졌다는 '고해성사'로도 해석된다.

PNC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다이는 "FRB의 이런 태도는 당분간 현재의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올 연말까지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BNP파리바의 브라이어 패브리도 "당초 9월 중 금리 인상을 예상해 왔지만 이번 발표로 그 시기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유가와 경제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금리동결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금리동결에도 미국의 외환과 채권시장이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처럼 국내 증시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유가의 향방이 증시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박해영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