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한 달 이상 조정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식형펀드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1700선 안팎까지 밀리자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가 매수를 겨냥한 '스마트 머니'가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

반면 해외 펀드는 중국 등 주요 이머징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자금 유입이 둔화되는 추세다.

2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 투자자금 증가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 순증액은 지난 4월 8185억원에서 5월에는 434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6월에는 20일까지 모두 1조1347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형펀드 전체 잔액은 80조6576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800선 아래로 떨어진 지난 10일 이후 증가세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12일과 13일에 각각 1937억원,2182억원이 순증한 데 이어 16일에도 1041억원이 늘었다.

19일 코스피지수가 33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1740선까지 밀리자 이튿날인 20일에는 1874억원의 뭉칫돈이 새로 들어왔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들 자금이 대부분 적립식이 아니라 뭉칫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거치식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한 거액 투자자들이 반등을 겨냥해 목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700선 초반까지 밀리면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거치식 투자자금이 빠른 속도로 주식형펀드에 유입되고 있다"며 "주가가 떨어지면 자금이 대량 유입되고 반등하면 유입이 둔화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우현 하나대투증권 압구정지점장은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1800 이하로 떨어지면 국내 주식형펀드에 목돈을 나눠 넣는 경우가 간간이 있다"며 "1억원 투자 의사를 밝힌 한 투자자에게 지수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2000만~3000만원씩 분할 투자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정익 한국투자증권 서초중앙지점장도 "지수가 1700선에 근접했던 지난주까지도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며 "과거 지수가 2000에서 1800선으로 떨어졌을 때도 자금이 상당히 들어왔었다"고 밝혔다.

펀드별로는 이달 들어 'KB신광개토선취형'(1338억원) '미래에셋디스커버리5A'(1277억원) '미래에셋인디펜던스K-2A'(522억원) '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주식1A'(503억원) 등 주로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해외 펀드는 주요 이머징 증시의 침체를 반영,자금 유입이 부진하다.

해외 펀드 순유입액은 지난 4월 7537억원에 달했으나 5월에는 4960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이달 들어서는 20일까지 1053억원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19일에는 600억원 가까이 순유출되기도 했다.

특히 올 들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중남미와 동유럽 펀드에서도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 잔액은 현재 60조7770억원으로 5월 이후 계속 정체상태다.

김남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 펀드 투자자들은 국내 펀드와는 달리 주가가 하락하면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는 이미 확보한 수익을 실현하거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