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격렬한 분리 독립 요구 시위가 발생한 티베트자치구 수도 라싸(拉薩)에서 21일 삼엄한 경비속에 올림픽 성화 봉송이 마무리됐다.

올림픽 성화는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께 달라이 라마의 여름궁전인 노부링카(羅布林卞) 궁을 출발해 156명의 주자의 손을 거쳐 11㎞ 구간을 이동해 달라이 라마의 거주지였던 포탈라(布達拉)궁 앞의 특설무대에서 봉송이 마무리됐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현장에는 수천명의 공안과 무장경찰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으며 현장에 응원 나온 티베트인 등 시민들도 사전에 미리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발됐다.

이날 성화 봉송로는 공안과 무장경찰, 경호원들이 분리 독립 시위대가 성화 봉송 주자들에게 달려 드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해 보호막을 치고 철저히 보호했다.

성화 봉송로 주변 상가와 음식점 들은 상당수가 문을 닫아 도시 전체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 행사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중국명:주무랑마<珠穆朗瑪>) 정상에 등극했던 별도의 성화를 이날 봉송된 성화와 한꺼번에 점화시키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날 오전 11시께 최종 점화식에서는 에베레스트 성화봉송단 단장을 맡았던 니마 츠런(尼瑪次仁)이 든 성화가 티베트 자치주 창바 푼콕(向巴平措) 주석에게 전달됐고 봉송로를 거친 성화는 티베트 자치주 장칭리(張慶黎) 당서기에게 전달됐다.

두 성화는 두 관리들의 손에 의해 마지막에 함께 점화됐다.

장칭리 서기는 성화가 함께 점화된 것은 에베레스트산과 베이징이 하나가 됐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티베트의 하늘에는 오성홍기가 영원히 휘날릴 것"이라면서 "우리는 분리주의자인 달라이 라마 집단을 분쇄할 능력이 있다"며 달라이 라마를 비난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이번 성화가 역사상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와 세계의 지붕을 거쳐 불을 밝혔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특히 세계 최초로 두 성화가 한꺼번에 점화된 것은 화해와 융합을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봉송 행사를 관영 방송과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현장 중계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올림픽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민족의 화합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선전과는 달리 실제 성화 봉송 행사는 현장취재를 허용받은 외신 취재단의 취재마저 통제된 채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져 화해와 융합이란 구호를 무색케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신 취재진들은 지정된 장소 외에는 출입이 완전히 통제됐으며 이미 철저히 교육받은 티베트인들만이 현장 응원을 나와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전달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림픽조직위는 당초 19∼21일 사흘간 티베트 일대에서 성화 봉송을 거행할 계획이었지만 쓰촨(四川) 대지진을 이유로 하루로 축소했으나 실제로는 분리 독립 시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