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십(원유 시추선)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고유가로 해양유전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드릴십은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3' 정도만 건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빅3'들도 드릴십 특수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한국 독무대 시추선 "사려면 줄을 서시오"
◆드릴십을 확보하라

뉴욕타임스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근해 지역의 석유시추를 허용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의회에 제출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26년간 해양 오염 등을 우려해 가까운 바다에서는 석유 시추를 금지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나 "의회가 근해지역내 석유탐사를 허용해도 당분간 원유 공급이 늘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를 뽑아내고 싶어도 시추를 할 드릴십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드릴십은 해양에서 원유를 찾아내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로 선박의 기동성과 심해 시추능력을 갖추고 있다.

브라질도 미국과 사정은 비슷하다.

유전을 적극 개발해 '남미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드릴십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브라질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임원인 알베르토 귀마라에스는 "석유 탐사용 시추선을 3척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며 "거의 모든 석유회사가 시추선을 구하지 못해 석유개발 투자에 제한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릴십 부족현상이 심화되면서 몇 년 전만 해도 척당 1억달러 수준이던 드릴십 가격은 최근 5억달러선으로 높아졌다.

지난달 초에는 삼성중공업이 스웨덴 해운회사로부터 9억4200만달러 짜리 주문을 따내기도 했다.

드릴십 사용료도 급등하는 추세다.

멕시코만에서 드릴십을 이용해 심해석유를 시추하는 하루 평균비용은 60만달러로,지난 2002년(15만달러)에 비해 4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세계 최대 시추업체인 트랜스오션 관계자는 "오는 2012년까지 드릴십 부족 현상이 지속돼 심해유전 시추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빅3' 반사이익 기대

한동안 잠잠하던 드릴십 발주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브라질이 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가 40척의 원유시추용 드릴십을 주문할 계획"이라며 "발주금액은 30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시추선 조사업체인 'ODS 페트로데이터'는 "오는 2011년까지 적어도 75척의 심해 시추선이 진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쏟아지는 드릴십 주문은 대부분 한국 조선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오르면서 드릴십 발주가 늘어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전 세계 드릴십 시장에 나온 32척의 건조주문은 모두 한국 조선업체들이 싹쓸이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드릴십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곳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며 "드릴십 특수는 국내 조선업계에 또 다른 호기"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