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물류대란'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임시 휴무에 들어가는 등 산업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제품을 쌓아놓은 야적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장맛비까지 겹쳐 산업현장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생산하는 삼성광주전자는 17일 가동을 하루 중단했다.
1989년 삼성광주전자 설립 이후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한 제품을 쌓아놓을 공간이 부족해 임시 휴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가동 중단으로 이 회사는 약 40억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일렉도 세탁기 청소기 등을 생산하는 광주공장 가동을 20%가량 줄이기로 했다.
LG전자는 지난 16일부터 화물연대 소속 화주들이 공장입구를 봉쇄해 컨테이너 300개 분량의 가전제품 수송길이 막혔다. 회사 관계자는 "창고 용량이 1주 이내면 한계에 도달해 임시로 잔업 등을 줄여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공장 가동률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임시 야적장을 만들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광주공장에서 출고되는 차량이 평소 30% 수준인 하루 평균 300~500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4만t 이상의 화물 적체에 시달리고 있는 유화업계는 장마가 시작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창고와 인근 길가에 쌓아놓은 물량은 LG화학이 1만2000t,롯데대산이 8000t,삼성토탈이 6500t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3~4일 이상 지속되면 공장 가동중단이나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레미콘업계는 주 원료인 시멘트를 싣고 다니는 벌크 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단골 업체에만 선별 납품하는 '제한 출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레미콘협동조합 관계자는 "평소 시멘트 조달물량의 80~90%가 공급이 끊긴 상태"라며 "이 추세대로 가면 하루 이틀 안에 레미콘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규사,소다회 등의 원료를 수입해 쓰는 유리업계도 수입 원료가 부두에 묶여 있어 제때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김길영 유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대부분 원재료 여유분을 비축한 업체들을 수소문해 빌려 쓰고 있는 형편"이라며 "4~5일 이상 파업이 더 지속되면 '유리 용해로'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현예/이정선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