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US오픈 천금같은 버디…노장 미디에이트와 연장전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라호야의 토리파인즈GC 사우스코스(파71) 18번홀(파5·길이 527야드) 티잉그라운드.US오픈 최종일 어김없이 빨간색 상의를 입은 타이거 우즈(32·미국)의 티샷이 밀리는가 싶더니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이미 경기를 마친 로코 미디에이트(46·미국)에게 1타 뒤지고 있는 터라 그 홀에서 버디를 잡아야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즈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페어웨이 같으면 아이언으로 '2온'을 노릴 수 있는 거리였지만,우즈는 레이업을 택했다.

하지만 볼은 오른쪽으로 밀리며 러프에 떨어졌다.

기회는 딱 두 번 남아 있었다.

홀까지 거리는 약 100야드.러프였기 때문에 스핀이 먹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우즈의 세 번째 샷은 홀 바로 오른쪽 약 3.6m 지점에 섰다.

왼쪽으로 굽어지는 내리막성 퍼트라인으로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우즈는 결정적 순간 항상 그랬듯이 평상시보다 조금 오래 '프리샷 루틴'을 한 뒤 스트로크를 했다.

볼은 홀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홀 오른쪽 가장자리를 스쳐 돌아 홀 속으로 떨어졌다.

2005년 마스터스 최종일 16번홀(파3) 칩인 버디를 연상시키는 극적 버디였다.

우즈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가 한동안 이어졌고,운집한 갤러리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우즈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우즈는 그 버디로 남자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제108회 US오픈 주인공 결정을 하루 늦춰버렸다.

두 선수의 스코어는 4라운드 합계 1언더파 283타.이 대회 연장승부는 2001년 레티프 구센-마크 브룩스 이후 7년 만이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우즈는 매일 저녁 무릎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얼음 찜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즈의 주치의도 무릎이 완치될 때까지 라운드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무릎 때문에 샷이 자꾸 왼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즈는 "아니다. 스윙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우즈는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잘 칠 수 있다. 더 집중력을 갖고 연장전에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디에이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골퍼와 겨루지만 난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면서 "페어웨이에 티샷을 갖다 놓고 정확한 샷을 구사하려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우즈와 미디에이트가 벌일 연장전 형식은 스트로크플레이지만,내용은 매치플레이처럼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매치플레이에 강하고 승부근성이 뛰어난 우즈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우즈가 우승하면 메이저대회 14승째를 달성하게 되고,미디에이트가 우승하면 1990년 헤일 어윈이 세운 대회 최고령 우승기록(45세15일)을 깨게 된다.

1,2라운드에서 우즈와 같은 조에 편성돼 많은 갤러리들을 몰고 다녔던 필 미켈슨(미국)과 아담 스콧(호주)은 각각 18위,2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