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외국계 제조사는 찬성

특허 가진 삼성.KT는 미온적


휴대폰 제조사마다 다른 한글 입력 방식을 통일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고객들이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휴대폰 제조사에 입력 방식을 통일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고,LG전자와 모토로라 등이 동참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입력 방식 특허를 보유한 삼성전자와 KT는 아직 미온적이다.


◆휴대폰마다 다른 입력 방식

삼성전자의 천지인,LG전자의 나랏글,팬택의 SKY1.2,모토로라의 모토방식 등 제조사들이 국내 휴대폰에 적용 중인 한글 입력 방식은 말 그대로 가지각색이다.

키보드 입력 방식이 통일돼 있는 PC와 달리 유독 휴대폰은 제조사마다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새 입력 방식에 적응하려면 적게는 며칠,많게는 수개월 고생해야 한다.

소비자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휴대폰 입력 방식을 통일하자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7월부터는 SK텔레콤에서 구매한 휴대폰을 KTF 가입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휴대폰 잠금장치(USIM)가 완전 개방되지만 한글 입력 방식이 다르면 바꿔 쓰기가 불편할 수 있다.

입력방식이 다르면 이용자가 휴대폰을 바꿔 쓰려 하지 않게 되고 바꿔 써도 문자입력이 불편해 문자메시지 사용을 줄이면 서비스 산업이 위축될 수도 있다.

노키아,소니에릭슨,애플 등 해외 제조사들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문자 입력 방식 선택부터 장벽에 부딪치고 만다.

소비자나 이동통신사 모두 입력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체별 이해 조정이 과제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한글 입력 방식 통일에 찬성하지만 제조사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LG전자,모토로라 등은 표준화에 찬성하는 반면 삼성전자와 팬택은 휴대폰 입력 방식을 자사 고유의 휴대폰 경쟁력으로 생각해 표준화에 반대한다.

또 나랏글이라는 문자입력 특허를 보유한 KT도 표준에서 자사 특허가 배제될 수 있어 미온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천지인 입력 방식은 삼성 휴대폰만의 고유한 장점"이라며 "아직 표준화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통일되더라도 표준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정대현 SK텔레콤 영업본부장은 "자체 실시한 1분기 휴대폰 구매 사유 조사에서 가격(58.5%),디자인(21.2%),기능(3.4%)에 비해 한글 입력 방식을 휴대폰 선택 이유로 꼽은 소비자는 0.3%에 그쳤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아주 미약한 차별점을 강조하기보다는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글로벌 통신 환경에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문자 입력 방식을 통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