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의 역할은 더욱 강화돼야 합니다."

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원전의 상업가동 30년을 기념하는 '원자력발전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국내외 원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축사를 통해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자력이 새로운 주력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세계적으로 도래하고 있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에 당당한 주역으로 우뚝 서자"고 강조했다.

1978년 경남 양산군에서 58만7000㎾급 원전인 고리 1호기를 가동,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원전 보유국이 된 한국은 현재 20기의 원전과 1만7716㎿의 설비용량을 갖춘 원전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설비 면에서 세계 6위 규모다.



그간 국내 원전은 총 2조kwh의 전력을 생산해 석유 대비 155조280억원,가스 대비 247조2000억원의 원가 절감을 이뤄냈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면서 원전 증설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는 아직 비싸고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원전 확대를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는 이유다.

정부는 2030년까지 140만㎾급 신규 원자력 발전소를 9~13기가량 건설해 전체 발전량 가운데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현재의 35.5%에서 56~62%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원전 확대를 위한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는 2030년까지 140만㎾급 신규 원전을 9~13기 건설하는 데 송.배전망 건설 비용까지 합쳐 총 25조5000억~35조5000억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kwh당 34원씩 들여 전력을 생산해 39.4원에 판매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저수익 구조로는 대규모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개편이나 민간투자 도입 등 다각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또 현재 원전 부지는 6기의 신규 원전을 지을 수 있는 규모에 불과하기 때문에,7기 이상의 신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기 위한 원전 부지 선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2016년께 포화될 예정인 사용후연료 저장지를 늘리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