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시바우대사 발언의미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요청과 관련“, 재협상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입장을 밝혀 한국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 수출업자들이 쇠고기의 월령을 표시하고 있으며 이를 살지,말지는 한국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면서도“좀더 두고 보자”고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재협상은 없다”

3일 광화문 정부 중앙청사를 찾은 버시바우 대사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대화하는 과정에서도 좀처럼 굳은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유 장관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재협상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4월에 이뤄진 한ㆍ미 간 쇠고기협상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이뤄진 것으로 역시 과학과 사실에 기반해 풀면 되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의 재협상 요청에 대해“한국 정부가 처한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실망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버시바우 대사는‘쇠고기 월령표시’를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월령표시만으로도 미국산 쇠고기에대한신뢰를충분히줄수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수출업자 "월령 표시하겠다"

버시바우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의일부쇠고기수출업자들이한국소비자들의 광우병 우려를 불식시키기위해한국으로수출하는쇠고기에 대해도축시점의월령을표시하겠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타이슨 푸드와 카길 미트솔루션, JBS 스위프트,내셔널 비프패킹,스미스필드 비프그룹 등 미 쇠고기 업체들은 2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 언론보도문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이 라벨이 도축 시점에서 해당 소가 30개월 이상인지 여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이슨 푸드의 개리 미켈슨 대변인은“우리는 한국 시장의 재개방과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일시적인 라벨링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실행할 것”이라면서 업체들은 라벨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지,상자 어느 부분에 부착할지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치는 광우병 발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국내 소비자들이 식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수입재개 후 120일 동안만 시행한다는 한계가 있는 데다 월령 표시를 허위로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수입 중단과 같은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20개월 미만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는 일본은 월령 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허위로 표시한 경우 수입위생조건에 의거,즉각적인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이력추적제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월령 구분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자율규제협정 가능한가

정부 관계자는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이 한국 정부의 주장과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도 미국과 사실상의 재협상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요청한 것일 뿐 재협상을 하자고 요구한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기존의 협정을 존중하면서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하지 않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며“자율규제협정(VRA) 같은 경우가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쇠고기 협상 결과는 수용하되,월령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일정기간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 등 무역상대국과 다른 분야에서도 이 같은 VRA를 맺은 적이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교부 북미 통상라인과 농림수산식품부 협상팀을 중심으로 미국 측과 다각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다. 실무선에서는 이미‘30개월 이상 수출 금지’쪽으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숀 스파이서 USTR 대변인도“우리는 상황을 좀더 정확히 파악하기위해 한국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VRA 수준의 협상 결과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인식/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