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와 식량 가격 폭등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생계형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물가 안정과 성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에 대해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는 "개도국들로선 인플레 억제를 최우선 정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구로다 총재가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최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원자재와 식량 가격 급등 원인은.

"첫째는 수요 확대다.

지난 10년간 개도국 성장이 가속됐고,선진국도 지난해 중반까지 경기 확대기였다.

둘째는 선진국의 금융 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돈이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원유 및 곡물시장에 몰린 투기자금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이 긴축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금융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국 경제를 위한 것이다.

선진국에 개도국을 위해 금리를 올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미국은 금리를 내렸고,유럽 국가들도 그 뒤를 따라 경기침체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불황 위기를 맞고 있어 금융정책 협조를 기대하긴 어렵다.

개도국 스스로가 대비책을 세우는 게 현명하다."

―바람직한 경제정책은.

"대책은 국가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거액의 경상흑자와 연 10% 이상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은 긴축정책으로 위안화 가치를 높여야 한다.

반면 경상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는 베트남 같은 곳은 자국 통화를 평가절상할 경우 무역수지가 더 악화된다.

고성장을 지속하는 국가들은 성장률이 1~2%포인트 떨어져도 당분간 인플레 억제 정책을 우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금리 인상이나 통화 평가절상은 외국인 자금 유입을 불러와 인플레를 가속화시킬 수도 있지 않나.

"자본 유입을 규제하고 있는 베트남 같은 국가에서는 자금의 흐름이 금리와 큰 관계가 없다.

물론 규제를 하고 있지 않은 나라에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ADB는 곡물 수출 제한 철폐를 주장하고 있는데.

"단기적으론 수출 제한이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그 나라의 농산물 가격을 낮춰 농민들의 생산 의욕을 떨어트린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출 제한 효과는 작다."

―수출 제한도 금융정책과 마찬가지로 '주권' 문제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금융정책과는 달리 선택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쌀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가격이 과다하게 오른 것이 문제다.

각국은 빈곤층이 곡물을 살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ADB도 이런 대책을 채택하는 정부에 대해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