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1시30분 서울극장 앞은 충무로 거물들로 북적댔다.

이춘연 씨네2000 대표,김주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주주 등이 오후 2시에 시작되는 '강철중:공공의적 1-1'의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모였다.

한국 영화 점유율이 사상 최저치로 추락한 가운데 충무로의 '맏형' 강우석 감독의 신작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컸다.

올여름 충무로는 배수진을 치고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 '님은 먼 곳에' '신기전' 등 대작들을 줄줄이 선보인다.

그 선봉이 '강철중'으로 한국 영화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대 인사에 나선 강우석 감독의 말에는 비장감마저 느껴졌다.

"이 영화로 '공공의 적'이 시리즈물로 가능한지를 시험받겠다. 아니 이번에는 내 장기(코미디)를 꺼낸 만큼 감독을 계속해도 될지를 시험받겠다."

'강철중'은 2001년 '공공의 적'의 제대로 된 속편이다.

2편에서 검사로 변신했던 설경구가 꼴통 형사 강철중으로 다시 돌아왔다.

청소년들을 조폭으로 키우는 거성그룹 회장 이원술역은 정재영이 맡았다.

이문식 유해진 강신일 등 이제는 주연급인 배우들이 옛 모습 그대로의 조연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다.

단순무식한 형사가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것같은 악을 응징하는 모습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은 여전하다.

사회에서는 잘 나가는 기업인으로 대접받지만 실상은 뼛속까지 깡패인 이원술의 나이트클럽이나 고깃집을 찾은 강철중이 무자료 양주를 트집잡고 고기가 한우가 아니라며 깽판을 치는 장면이 대표적."내가 1인분에 5만5000원하는 한우를 많이 먹어봐서 잘 아는데 이런 수입고기는 광우병에 걸릴 수 있으니 오래 구워야 해"라는 강철중의 대사는 요즘 시국과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전편과 달라진 점은 코믹 요소가 더 강해졌다는 것.흥행을 의식한 탓인지 악역 이원술까지 웃음을 주는 캐릭터로 나온다.

홀로 더 큰 조직의 보스를 찾아가 멋지게 담판을 짓는 이원술은 누가봐도 대담한 조폭.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허겁지겁 도망가며 내뱉는 한마디는 "바지에 오줌쌀 뻔했다"다.

개성만점인 이문식과 유해식도 능청맞은 연기로 분위기를 돋운다.

1편에서 빡빡 민 머리로 취조실에서 웃음폭탄을 안겨줬던 안수(이문식)는 이제 동남아 분점을 계획하는 노래방 체인 사장이 돼 강철중의 배알을 꼴리게 만든다.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던 전문 칼잡이 용만(유해진)은 정육점 주인이 돼 강철중을 돕는다.

엄 반장역의 강신일은 암투병까지 딛고 출연했다.

그만큼 배우들의 열정이 대단했다.

강 감독도 깔끔한 스토리와 개성있는 연기,적절한 웃음을 잘 버무려냈다.

그러나 강 감독의 옛 코미디 코드가 지금도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추격자'의 예상하지 못했던 흥행에서 보듯 관객들의 취향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9일 개봉.15세 이상.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