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14번홀.'

30일 한국남자프로골프 금호아시아나오픈(총상금 5억원ㆍ우승상금 1억원)이 열린 경기도 용인 아시아나CC 동코스(파72ㆍ6800야드)에서 14번홀이 프로들의 '무덤'이 됐다.

이날 경기에 나선 141명의 선수 가운데 버디는 단 3개만 나왔다.

첫날 평균 스코어도 4.73을 기록해 가장 어려운 홀이었다.

첫날 나온 버디는 6개.

14번홀은 445야드짜리 파4홀이다.

전반적으로 오르막이어서 체감거리는 이보다 훨씬 길다.

그린 좌우 폭이 너무 좁아 조금만 빗나가도 러프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린은 말 그대로 '땅콩 그린'이다.

게다가 심한 내리막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4퍼팅'도 심심치 않게 한다.

아마추어 시절 마스터스에 출전해 화제가 됐던 김성윤(26)은 이 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 우측으로 밀리면서 깊은 러프에 빠졌다.

그린 턱이 높아 공을 붕 띄워 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볼 낙하 지점을 계산한 김성윤은 로브샷을 했다.

높이 치솟은 공은 낙하지점보다 약간 짧은 듯했다.

내리막 경사지에 떨어진 볼은 30야드 이상 굴러가더니 그린 밖으로 나가버렸다.

간신히 네 번째 샷을 홀 1.2m 지점에 떨궈 보기로 막았다.

전날 3언더파 69타로 공동 2위에 올랐던 최인식(25)은 이 홀에서 무려 9타를 치며 순위가 급격히 떨어지기도 했다.

'아이언샷의 명수' 박남신(49ㆍ테일러메이드)도 첫날 이 홀에서 티샷이 OB가 나고 어프로치샷이 세 차례나 그린을 벗어난 끝에 7온2퍼트로,9타로 홀아웃하며 대회 2연패 꿈을 사실상 접었다.

아시아나CC는 남자골프 대회 코스로는 짧다고 할 수 있는 6800야드에 불과하지만,공이 그린에 올라가도 튀어서 나가버리고 짧으면 포대그린 아래에 멈춰버리는 등 공략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린 언듈레이션도 심하고 스피드도 빨라 내리막 퍼팅의 경우 퍼터로 갖다 대기만 해도 홀을 훌쩍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이날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13명이었고,2라운드합계 언더파 기록자는 5명에 불과했다.

2006년 챔피언 신용진은 합계 10오버파 154타로 커트 탈락했다.

오태근(32)은 합계 5언더파 139타로 김형성(28ㆍ삼화저축은행) 배상문(22ㆍ캘러웨이)에게 1타 앞선 단독 1위로 올라섰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