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인하ㆍ요금 현실화 요구…정부 중재 모색

경유 대란으로 촉발된 물류, 여객운송 업계의 고통이 업계 내부에서 요금 인상 요구로 번지고 있다.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화물연대 본부는 28일 정부가 내놓은 유가보조금 2년 연장 방안에 대해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경유세 인하와 운송료 현실화를 주장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29일 "유가보조금은 주행세로 충당하는 것이라 결국 세금 걷어 유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셈이다"라며 "경유 세금을 깎고 운송료를 현실화하는 게 답이다"라고 말했다.

운송료 문제는 2003년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했을 때도 화주와 주요 협상 쟁점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에는 화물트럭 운전기사들이 근로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당시 화물연대와 화주 사이에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 비판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때와 근로 조건은 달라진 게 없지만, 이번에는 고유가라는 외부 충격이 화물트럭을 운전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절박한 생존의 문제가 됐다는 게 달라졌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사용자, 노동자가 만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당사자끼리 알아서 하라고만 하는데 임의단체인 데다 노동자도 아닌데 굳이 화주 쪽에서 만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대한 화주측의 자율 결정을 따른다는 방침이지만 경유가 폭등에 따른 영향이 계속되면 자칫 물류 수송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화주쪽을 설득하고 있다.

정부는 28일 화주협회에 화물연대측과 협상에 나서도록 요청했다.

고속버스, 시외버스 사업자의 모임인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올 1월 국토해양부에 요금을 12.4~19.2% 올려줄 것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정부의 물가관리 품목에 시외버스가 잡혀 있어 당장 요금 인상 요구가 관철되기는 어렵지만, 정부에서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2006년 이후 동결된 시외버스 요금을 하반기에는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물류비와 시외버스, 고속버스 요금이 함께 오르는 셈이어서 물가 관리에 당장 비상등이 켜지게 된다.

택배업계는 대한통운 등 4개 메이저 업체와 중소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요금 인상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객, 물류비 뿐 아니라 식료품비 등 물가 전반에 걸쳐 인상이 이뤄지면 택배업계도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요금을 올리기는커녕 경품 행사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회전을 줄이고 빈차로 다니지 않도록 하는 등 최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