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 위기론에 대해 외국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면서도 "단기간에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까지 갈 정도일지는 두고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베트남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상당 기간 인내가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윤석 CS(크레디트스위스)증권 전무는 25일 "베트남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알고 있던 사실"이라며 "일본계 증권사가 최근 베트남 리포트에서 IMF 구제금융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바람에 IMF 체제 경험이 있는 한국 투자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무는 "베트남 경제 체질에 비해 지난해까지 주가 급등은 분명히 과열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현 상황에서 IMF 체제로 갈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베트남 정부는 금리를 올려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는 등의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UBS IB(투자은행) 부문의 던컨 울드리지 아시아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베트남 시장은 분명히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이 22%에 달하고 무역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0%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증시 폭락과 부동산 가격 하락세 등을 감안하면 1∼2개월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 6∼9개월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이후 베트남 경제는 서서히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헬렌 차오 애널리스트는 "베트남 정부가 인플레 억제에 정책의 최우선점을 둔다면 거시경제 상황은 안정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향후 2년간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 수준 이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베트남의 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올해 7.3%에서 내년에는 7.8%로 소폭 상승하는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9.0%에서 내년에는 10.0%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템플턴자산운용의 이머징마켓그룹 대표인 마크 모비우스 수석매니저는 "베트남 정부는 앞으로 1년간 인플레 억제 노력에 나설 것이고 이에 따라 성장은 둔화되겠지만 적어도 연간 6% 정도는 쉽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비우스 수석매니저는 "베트남 증시에서 2개 종목을 눈여겨 보고 있으며 시장이 좀 더 안정될 때까지 투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