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 신용 위기 여파로 파생상품 시장 급성장
지난해 세계 파생상품 시장이 급성장하며 시장 규모가 600조달러에 육박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위기로 신용위험을 헤지(회피)하기 위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인용,지난해 주식과 채권 통화 금리 관련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4% 증가한 596조달러(약 62경1000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BIS가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래 가장 큰 폭의 성장세다.

BIS의 나오히코 바바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신용위기가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세를 촉진했다"며 "특히 채권 시장의 혼란으로 헤지 수요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반기별로 보면 지난해 하반기에 15% 신장,상반기 성장률(24%)에 비해선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작년 하반기 신용디폴트스와프(CDS) 거래는 36%나 불어나며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부도 위험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대거 CDS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DS란 대출이나 채권의 신용위험만을 별도로 분리해 시장에서 사고파는 금융 파생상품이다.

채권 부도에 대비한 보험 성격으로 보면 된다.

외환 관련 파생상품 시장은 하반기 중 16% 성장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통화인 유로와 영국 파운드화 관련 파생상품 시장이 각각 73%와 50% 불어나 외환 파생 시장에서 유럽 통화의 강세 현상을 반영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금리 관련 파생거래는 13% 늘었다.

규모는 393조달러로 전체 시장의 65.9%를 차지했다.

BIS는 반기별로 미국 EU 일본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 스웨덴 등 G10(선진 10개국)의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 규모를 바탕으로 통계를 작성한다.

이처럼 파생상품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파생상품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임 중 파생상품 옹호론을 폈던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최근에는 입장을 바꿔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린스펀은 2001년 엔론 사태 당시 "금융 시장에 충격이 작았던 것은 신용파생상품과 같은 훌륭한 리스크 관리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규제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가 불거지자 "신용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서브프라임 관련 파생 시장"이라며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지만 반드시 제한을 둬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