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비, 저렴한 기름값, 세제혜택 등 기존 장점이 싹 사라져버린 디젤 RV차종들이 판매급감으로 완성차업체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무쏘와 코란도 등으로 중대형 디젤차 시장에서 인기를 선도해온 쌍용차가 판매부진을 이유로 주력 SUV 생산라인 조업중단을 검토하면서 이른바 'RV괴담'이 여타 자동차업체에도 확산되고 있다.

◇ RV차종 시장퇴출 본격화

2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주력 SUV 차종인 렉스턴의 4월 한달 간 판매량은 264대로 전년동기 730대에 비해 63.8% 급감했고, 전달에 비해서도 51.9%가 감소하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액티언 역시 전달에 비해 38.6% 감소한 28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고,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47% 줄어드는 등 시장에서 냉대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통적인 RV차종들의 판매 급감은 세제혜택 등 기존에 누려온 메리트는 사라졌는데도 경유값이 휘발유값에 육박하는 등 유류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여타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펼치기 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던 기아차의 RV차종 스포티지와 쏘렌토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국내에서 1615대가 팔려나간 쏘렌토는 올들어 판매량이 급감하더니 1월 812대에서 4월에는 그 절반 수준인 493대까지 추락했다. 스포티지 판매량 역시 4월 한달 동안 2203대가 펼려 전년동기 2898대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현대차의 RV차종 투산도 4월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31% 감소했고, 대우차나 르노삼성의 경우도 비슷한 판매량 급감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생산라인 조업중단 확산되나?

쌍용차 노사는 최근 이 같은 시장상황을 고려해 주력 SUV인 렉스턴, 액티언 평택 조립1라인의 운영방안에 대해 협의에 들어갔다.

판매량이 급감함에 따라 최종적으로 라인을 세울 수 있는 방안까지 포함돼 있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관련 차종을 찾는 고객들이 있을 수 있어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중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재고 등을 감안해 최근 계약이 늘고 있는 체어맨W의 생산라인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의 인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RV차종에 대한 시장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도 판매확대를 위한 뾰족한 수가 없다"며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다른 완성차업체의 경우 인력재배치 등에 대해 노조와 협의 자체가 어렵지만 쌍용차 노사는 이번 문제에 대해 이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완성차업체도 RV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긴 하지만 사정은 비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인력재배치 문제 등에서 경직돼 있는 업체의 경우 하반기로 갈수록 RV차종의 판매급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기정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경유값이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국내 SUV시장은 침체의 늪에 완전히 빠져들었다"면서 "세단에 비해 차량값은 비싸면서 유지비용절감 등의 혜택은 없는 RV의 소비자 외면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또 "인력전환배치는 노조와의 협의사항인 만큼 쌍용차를 제외한 완성차업체들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RV생산 중단과 같은 극약처방이 일시에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완성차업체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