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 부활하고 있다.
다이어트ㆍ웰빙 열풍 속에 '기피 1호'였던 설탕 수요가 다시 늘고 있는 것이다.
당뇨ㆍ충치의 주범이란 오명에서 벗어나 '설탕의 건강학'도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설탕이 새삼 주목받는 것은 유전자변형(GM) 옥수수 수입으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반사효과다.
옥수수로 만든 전분당으로 단맛을 내온 일부 식음료 업체들이 GM 옥수수 대신 가격이 안정적인 설탕을 대체재로 선택했기 때문(GMO는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총칭하고,GM은 유전자변형 자체를 의미한다)이다.
◆설탕 수요 2년 만에 증가세
국내 설탕수요는 최근 2년간 감소세였다.
2005년 88만4000t을 최고치로 줄기 시작해 2006년 85만4000t(―3.3%),지난해 85만t(―0.5%)에 그쳤다.
그러나 GM 옥수수 수입이 본격화된 이달 들어선 확연한 증가세다.
국내 설탕 생산의 81%를 차지하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이달 들어 19일까지 설탕 매출이 전월 동기에 비해 10% 안팎씩 늘었다고 밝혔다.
삼양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매출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설탕시장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설탕 수요 증가는 무엇보다 롯데칠성 코카콜라 해태음료 등 음료업체들이 주문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해태음료 관계자는 "이달부터 모든 음료제품에 액상과당(전분당의 일종) 대신 설탕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액상과당이 저온에서 단맛이 강하고 상쾌한 청량감을 제공,음료 아이스크림에 주로 쓰였지만,소비자들이 GMO에 대한 거부감이 커 설탕으로 바꾸게 된 것.'GMO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매일유업 웅진식품 면사랑 광동제약 동양푸드 롯데햄 마르코 등 7개사도 전분당을 설탕으로 바꿀 계획이다.
가격면에서도 옥수수 국제가격이 지난해 두 배 이상 폭등한 것과 달리,설탕 원료인 원당 수입가격은 19일 현재 t당 350달러로 1년 전(330달러)보다 6% 오르는 데 그쳤다.
◆재조명되는 '설탕의 건강학'
최근 2년간 국내 설탕 수요가 줄어든 것은 설탕이 비만ㆍ충치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무가당 음료나 저설탕 식품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류가 비만과 고혈압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해 국내에서 발표됐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충치와 일부 관련성을 빼면,설탕을 지금처럼 소비할 때 건강에 해악을 끼친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충치 원인도 설탕만을 탓할 수 없고 유전적 요인,치아 위생관리,음식물 섭취 빈도 등과 더 밀접하다는 것.최근에는 유기농 설탕이 인공감미료보다 안전한 천연감미료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설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당류(설탕 포함) 소비량은 26㎏으로,싱가포르(73㎏),이스라엘(66㎏),호주(51㎏),미국(31㎏) 등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