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 사태를 계기로 수출업체들과 은행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은행이 KIKO 계약 시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은행 측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은행 측은 "일부 업체가 환율 하락으로 인한 이득을 보자 나머지 업체들도 투기적인 목적으로 접근해 화를 키웠다"고 반박했다.

대구에서 섬유수출업체를 운영 중인 L사장은 "은행의 무리한 판매 경쟁으로 인해 통화옵션 상품을 잘 모르는 영세업자들까지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종업원 수가 20여명인 이 회사는 지난해 KIKO 계약을 체결했다가 지금까지 6000만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계약 만료 시점인 오는 11월까지 2억원 정도의 추가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L사장은 "은행 지점장이 더 이상 환율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계약 체결을 적극 권유했다"며 "한 달 매출이 2억원 수준인데 KIKO로 인한 손실 탓에 회사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영세기업들은 거래 은행의 요구로 할 수 없이 계약을 맺었다는 곳이 적지 않다.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은행의 설명은 다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업체 측이 '갑(甲)'인 입장이기 때문에 은행이 계약을 하라마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일부 업체가 환차익으로 강남에 오피스빌딩을 살 정도로 짭짤한 수익을 챙기면서 환투기에 맛을 들였다"며 "손해를 보자 이제와서 은행을 사기꾼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업체가 외화 100만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 정도만 환헤지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데 시장에서 200만~300만달러를 구입하면서까지 KIKO 계약에 열을 올렸다"며 "업체들이 상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손실이 나자 은행 책임으로 돌리는 기업이 많다"고 전했다.

은행들이 이번 사태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는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A업체의 K사장은 "은행들이 환율 상승을 예측하고 KIKO를 체결하게 함으로써 현재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고객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그 시점에 계약한 금액만큼을 바로 선물옵션 시장에 다시 팔아버린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0만달러씩 1년간 계약한 고객이 있다면 은행은 미리 1200만달러를 시장에 팔아 변동성 리스크를 헤지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은행은 반대매매를 했기 때문에 KIKO로 이득을 거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계약 체결 시 받는 0.01% 수준의 수수료 외에 은행이 가져가는 이익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태훈/이심기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