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 예상 뛰어넘은 쇄신인사…'뉴 삼성'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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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14일 예상을 뛰어넘는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면서 이건희 회장 퇴진에 따른 경영 쇄신과 조직 안정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당초 최소 폭에 그칠 것이라던 관측과 달리 이번 인사에서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진 사퇴하고,10명의 CEO(최고경영자)들이 승진하거나 자리이동을 했다.
그룹 관계자는 "굳이 평가하자면 이번 인사는 중폭 수준"이라며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장들을 연임시키면서 조직 안정과 쇄신을 동시에 추구한 인사"라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는 지난 10년간 그룹을 대표했던 '이학수-윤종용 체제'가 끝나고 각사 전문경영인 체제가 본격화되는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인사 폭 왜 커졌나
지난달 22일 쇄신안 발표 이후 지금까지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는 1∼2명을 교체하는 최소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이건희 회장이 일선 퇴진하고 그룹 전략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한 만큼 조직 안정을 위해 대대적인 사장단 물갈이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삼성 내부에서도 특검 수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과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의 후임자를 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점쳐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전혀 뜻밖이었다.
12년째 삼성전자를 대표해온 윤종용 부회장과 그룹 내 대표적 장수(長壽) CEO인 이중구 삼성테크윈 사장이 자진 사퇴한 것.삼성그룹 관계자는 "윤 부회장과 이 사장이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며 "특히 윤 부회장은 회사 차원에서 간곡히 만류했지만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이 물러나기로 한 상황에서 윤 부회장도 새로운 인물이 삼성그룹을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전문경영인 체제 본격화
이학수 부회장에 이어 윤 부회장까지 사퇴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 10여년간 삼성그룹을 이끌어온 '이학수-윤종용' 투톱 체제도 막을 내리게 됐다.
윤 부회장은 1997년부터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이학수 부회장은 1999년 회장 비서실장을 거쳐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으면서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을 구체화한 일등 공신으로 꼽혀 왔다.
그룹 관계자는 "이학수,윤종용 부회장의 동반 퇴진으로 삼성그룹의 경영시스템은 각사 전문경영인 체제로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내 전자 계열사들은 윤 부회장의 퇴진으로 이윤우 부회장 중심 체제로 빠르게 재편될 전망이다.
금융 계열사들의 경우 최고참인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을 중심으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는 '이재용 시대'에 대비한 과도기적 체제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윤우 부회장 체제는 이건희 회장을 보좌했던 이전 세대가 퇴진하면서 새로 등장한 만큼 이 전무가 해외 사업장 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충실한 관리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새 진용 갖춘 '이윤우 사단'
이윤우 부회장 체제가 개막함에 따라 삼성전자 경영진의 역할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윤종용 부회장의 퇴진으로 표면상 삼성전자는 이윤우 부회장,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2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내년 인사 때 또 한번 삼성전자 사장단 라인업이 바뀔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현재로선 이 부회장은 윤 부회장이 했던 대외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최도석 사장이 '안살림'을 맡는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기태 대외협력담당 부회장과 황창규 기술총괄 사장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기태 부회장은 기술총괄에 이어 대외협력담당까지 맡으면서 차기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황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하지는 못했지만,부회장급이 맡아왔던 기술총괄로 자리를 옮긴 만큼 직급을 따져보면 사실상 영전한 것"이라며 "이번 자리 이동은 황 사장에게 보다 큰 무대를 경험해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각 사업총괄 사장들의 역할도 지금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총괄 사장 가운데 유일하게 디지털미디어총괄과 삼성테크윈 카메라사업부를 겸직하고 있는 박종우 사장의 비중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새로 반도체총괄 사장을 맡은 권오현 사장은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를 모두 경험한 만큼 삼성전자 반도체의 재도약을 이룰 중책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