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에어컨 등 백색가전의 주요 수출입 항로인 북미 항로의 운임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주요 해운사들은 지난해 대비 약 20%의 운임 인상안을 화주 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항로의 최대 화주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같은 인상 요구안에 반발,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매년 한 차례 진행되는 북미 컨테이너선 운임 협상이 선사와 화주 간 입장차로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달 1일로 예정됐던 타결 시점이 이달 말로 늦춰질 전망이다.


◆유류할증료도 대폭 인상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컨테이너 선사들은 최근의 유가 급등에 따라 대폭적인 해운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운사들은 미주 동부연안은 FEU(40피트 컨테이너)당 600달러,서안은 400달러가량 운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해운사들은 유류할증료(BAF)와 성수기할증료 등 부대비용도 크게 올려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유류할증료의 경우 FEU당 995달러로 지난해 대비 300달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선사들은 이와 함께 올해부터 유류할증료를 연간계약이 아닌 수시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앞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때마다 추가적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운사들은 매년 6월15일부터 10월 말까지 적용되는 성수기할증료도 지난해 대비 100달러(1FEU 기준)가량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무역협회 하주사무국 관계자는 "선사들이 유가에 연동해 유류할증료를 올리는 '플로팅(floating) 방식'을 도입하면서 하주의 운임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하주사무국과 수출업계가 공동으로 선사의 운임 인상안에 대응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이에 앞서 부산~로테르담 항로 운임을 FEU당 3200달러에서 4600달러로 올리는 등 유럽항로 운임도 크게 인상했었다.

◆수출업계 물류 비상

최대 20%의 운임 인상이 예고됨에 따라 수출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LG전자 관계자는 "선사 요구안대로 운임이 오르면 냉장고 판매가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로 높아질 것"이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북미 항로의 공급 부족이 심하지 않은데도 유가 급등을 이유로 큰 폭의 운임 인상을 요구하는 건 수출업계에 너무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원자재값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 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물류비를 포함한 수출업계의 비용 부담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달러당 950원 수준이던 환율이 1050원 대로 급등하면서 달러로 결제되는 운임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하주사무국에 따르면 북미 컨테이너선 해상운임이 FEU당 600달러가량 오를 경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채산성은 일제히 적자로 전환하거나 적자폭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선 운임 인상은 중소 수출업체엔 더욱 큰 부담이다.

중소 수출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물량이 많아 운임을 흥정할 여지가 있지만 소량을 취급하는 중소업체에 적용되는 운임은 더욱 높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