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ㆍ가스 파이프라인 신ㆍ증설을 둘러싼 강대국 간 경쟁과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다.

자원보유국이나 석유개발기업에 있어 원유ㆍ가스 파이프라인 확보는 자원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유통 수단을 갖지 못한 지하자원은 고가 상품이 아닌 단순 화학물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마치 핵탄두만 있고 이를 실어나를 미사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 등 에너지 소비량이 급증하는 자원 소비국들도 안정적으로 원유ㆍ가스를 들여오기 위해 자원국과의 파이프라인 연결에 정치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신ㆍ증설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 중앙아시아 카스피해다.

카스피해는 그동안 풍부한 석유자원의 개발 잠재력에 비해 생산한 석유를 수송할 수 있는 송유관이 부족해 유전 개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또 구 소련 시절 건설된 송유관 대부분이 러시아를 경유하도록 설계돼 미국 유럽 등은 항상 러시아의 송유관 통제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05년 5월 이후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미국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국 BP 등 오일메이저들이 총 36억달러를 들여 러시아 영토를 지나지 않고 카스피해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 BTC라인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BTC라인은 1767㎞ 길이로,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그루지야 트빌리시를 거쳐 지중해 항구도시인 터키 세이한까지 이어진다.

BTC라인 신설로 카스피해에서 영향력 감소를 우려하는 러시아는 이 지역의 대표적 송유관인 CPC라인 증설을 통해 하루 원유수송량을 내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130만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러시아는 또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인 카자흐스탄이 카스피해 해저송유관 건설을 통해 BTC라인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카스피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송유관 건설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

카스피해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신경전은 양국 간 군사적 대치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BTC라인 보호라는 명분 아래 아제르바이잔,그루지야,터키에 공군기지 등을 설치하고 부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그루지야와는 정기적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군사고문 파견 등 군사적 협력도 지속하고 있다.

또 '카스피해 선제수비'라는 이름으로 아제르바이잔과 대테러작전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맞서 러시아도 키르기스스탄에 군 기지를 설립,미군의 카스피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알마티ㆍ악토베(카자흐스탄)ㆍ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오형규생활경제부장(팀장),현승윤차
장,박수진,이정호,장창민,이태훈,김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