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체인인 CJ CGV가 주말 일반시간대의 영화관람료를 전격 인상했다.

올초 심야요금 인상에 이은 이번 조치로 전면적인 관람료 인상과 이에 따른 타 멀티플렉스들의 동반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GV는 지난 주말 강남·강변·강동·대학로·미아·춘천점의 주말(금∼일요일) 프라임시간대를 늘리는 방법으로 관람료를 기습 인상했다.

일반 관람료보다 1000원 많은 8000원을 받는 프라임시간대는 주말 오후 2~9시이지만 지난 주말부터 낮 12시(2회차)부터 오후 11시까지로 시간대를 늘린 것.사실상 조조를 제외한 주말 시간대의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 셈이다.

단 학생(18세 미만 청소년) 관람료는 기존과 같은 6500원을 유지했다.

CGV의 서울 동부지역 지점을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인상은 조만간 서울 전지역과 수도권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CGV의 이번 인상은 기대작들이 대거 쏟아지는 여름 시즌을 앞두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관람료 인상이 이뤄진 지난 주말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몰이를 하는 시기였다.

올해 최고 기대작 '인디아나존스4'의 개봉 시기도 오는 22일로 임박했다.

여기에 지난달 월별 국내 관객 수가 2003년 4월(648만명) 이후 가장 적은 744만명을 기록하는 등 한국 영화계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관람료 인상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CGV의 이상규 팀장은 "본사에서 인상 지침이 내려간 것이 아니라 지점들이 자체적으로 인상을 결의한 것"이라며 "아직까지 전면적인 인상 계획은 세워진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심야요금에 이어 주말 일반시간대 요금까지 순차적으로 인상되면서 전면적인 관람료 인상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 인상에 대한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위해 단계적인 인상 전략을 취하고 있을 뿐이라는 얘기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다른 멀티플렉스들의 동반 인상도 조만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CGV가 먼저 인상했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의 관객유출 우려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CGV는 전국 57개 지점의 461개 스크린에서 국내 상영 영화의 30%가량을 내걸고 있는 리딩 멀티플렉스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왕상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중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멀티플렉스들 간의 관람료 할인중지 담합 행위는 가격 인상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며 "이제 관람료 인상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존 영화관람료는 통상 월∼목요일에는 기본가격 7000원,주말(금·토·일) 오후 2시부터 9시까지는 8000원을 받아왔다.

영화관람료는 극장들이 자율적으로 올릴 수 있지만 소비자 반발 때문에 2001년(6000원→7000원) 이후 전면적인 인상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