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58·사진)가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세계 60개국 출판인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2일 코엑스에서 시작된 제28차 국제출판협회(IPA) 서울총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서다.
연설을 끝낸 파무크를 강남 교보문고에서 만났다.
파무크의 작품은 56개 국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이렇게 광범위하게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에 대해 "작가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은 것을 건드리는 사람"이라며 "문학의 힘은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신념 덕분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의 작품 중 ≪내 이름은 빨강≫ ≪하얀 성≫ ≪눈≫ ≪검은 책≫ 등이 한국어로 번역됐다.
특히 이슬람 회화의 역사를 통해 예술에 대한 문제를 파고든 ≪내 이름은 빨강≫은 한국에서 10만부나 팔렸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슬람주의를 다룬 ≪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제 작품을 번역·소개한 나라이며,또 제 작품이 가장 많이 팔린 나라이기도 합니다. 저의 이모부가 6·25전쟁 때 참전도 하셨구요."
그는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에도 관심을 보였다.
이날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일본의 과거사를 정직하게 발언한 것을 두고 그는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경찰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에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테러 위협은 이슬람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가난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서 만들어진 독재 정권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뿐 아니라 자국의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2차대전 당시 아르메니아인 100만명을 학살한 터키 정부의 책임과 예술가와 지식인에 대한 억압을 비판하면서 터키 민족주의자들로부터 테러 위협도 받고 있다.
파무크의 이번 방한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 ≪이스탄불≫(민음사)의 한국어판 출간과도 맞물려 있다.
'도시 그리고 추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그가 이스탄불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과 유년 및 청년시절의 개인사를 담았다.
그는 "한국으로 오기 직전 6년에 걸쳐 써온 600쪽 분량의 소설 ≪순수 박물관≫을 끝냈다"면서 "1975년부터 지금까지 터키 상류사회 남자와 가난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를 파노라마 형식으로 쓴 작품"이라고 밝혔다.
한편 15일까지 이어지는 IPI 분과별 회의에서는 번역권,도서정책,아시아 출판의 과제와 미래,중국 출판의 오늘,불법복제 대처문제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IPA는 1896년 출판인 권리보호와 출판ㆍ표현의 자유,저작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출판인들의 모임으로 78개 회원국이 4년마다 '출판 올림픽'으로 불리는 총회를 연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