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와 재개 조치에 맞물려 온라인 공간을 통해 급속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괴담' 진실공방이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꼭 그와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검증되지 않은 '말, 말, 말'의 광범위한 인터넷 유포가 최근 사회문제로 급부상한 가운데 기업들도 그런 문제에 예외없이 노출돼있고, 이에 대한 대책에 골머리를 앓고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터넷을 비롯한 통신기술의 발달은 기업들게 소비자 요구를 그때그때 파악케 하는 쌍방향 통신의 의미도 지니지만 순식간에 기업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특히 진실이 왜곡되거나 오해가 부풀려진 각종 루머, 나아가 괴담 수준의 이야깃거리도 적지않아 기업들은 이렇다할 손도 쓰지 못한 채 유.무형의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 재벌그룹은 오너 2세의 여동생 결혼과 관련, 사실과 다른 얘기가 네티즌 사이에 회자돼 진땀을 흘려야 했고, 다른 재벌 3세의 경우에는 근거없는 이혼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소비재 기업은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 무차별적으로 퍼지는 제품에 대한 잘못된 정보, 부정적인 여론몰이 등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일상생활에서 온라인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직접 이 공간에 뛰어들어 혹시 있을 수 있는 악의적 여론과 그릇된 정보를 바로잡는 데에도 무척 신경쓰는 흐름이다.

롯데는 최근 '광우병 인터넷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롯데가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추진에 정부 협조를 얻는 대가로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먼저 수입해 팔려한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졌고, 심지어 일부 네티즌은 '이미 마트와 T.G.I.프라이데이즈, 롯데리아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거나 쓰고하고 있다'며 롯데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롯데는 이에 따라 '현재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수입계획도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각 계열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네티즌 사이에 형성된 여론을 덮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롯데는 확산되는 루머의 '꼬리'를 자르기 위해 홍보팀을 중심으로 대형 포털사이트의 관련 기사나 지식검색 코너 등에 회사의 공식 입장을 알리는 댓글을 올리는 등 추가 대응에 진력했다.

삼성전자는 홍보팀과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 관련 부서가 협업체제를 가동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여론 등에 대응중이며, 제품별 마케팅 부서에 전문 사이트 와 블로그 등을 모니터하도록 하고 있다.

포털, 블로그, 인터넷 매체를 통해 불만사항이 복수로 접수되면 해당 부서에 통보해 개선토록 하고, 근거없는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 설명하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햅틱폰이 출시가 예정보다 한달가량 늦어지면서 네티즌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출시지연 배경을 설명함으로써 부정여론을 잠재웠다.

LG전자는 마케팅 본부와 서비스 부문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마케팅쪽은 온라인 고객과의 대화에 참여해 니즈를 파악하고 있으며, 서비스 부문은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 고객 불만사항에 대해 서비스하거나 댓글을 달아 대응하고 있다.

또한 논란이 되는 현안에 대해서는 동호회, 블로거 등 집단에 '사실'에 근거한 자료를 배포하기도 한다.

현대차는 2005년 사이버홍보팀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 인터넷홍보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인터넷매체와 네티즌에게 우호적인 정보를 제공, 기업이미지를 높이고 긍정적 여론을 만드는 게 이 조직의 역할이다.

현대차 인터넷홍보팀 관계자는 "네티즌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인터넷상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확대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공간의 규모가 워낙 방대한 데다 네티즌 사이의 전파 속도가 기업의 대응 속도에 비해 훨씬 빨라 난감해하고 있다.

또한 일부 기업들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실제 이슈가 발생할 경우 이를 잠재우거나 옳은 정보로 유도하는 데 있어서는 힘이 모자라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대한항공은 최근 마일리지 유효 기간제 도입 발표 이후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곤혹스런 시간을 견뎌야 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이용 상품과 혜택에 대한 내용을 언론을 통해 홍보하며 '넷심(心)'을 달래야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홍보라인을 통해 악플을 비롯한 온라인 공간의 글을 살펴보고 있지만, 우리가 대응할만한 마땅한 대책이 없어 고민"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