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닭고기는 광우병파동.AI 여파 등으로 급락

석유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자물가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4월 생산자물가 지수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9.7% 상승해 1998년 11월 11.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9일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 5.1%, 올해 1월 5.9%, 2월 6.8%, 3월 8.0% 등으로 오름 폭이 확대되고 있다.

전월 대비로도 2.6% 상승해 1998년 1월 4.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전날 기준금리를 9개월째 동결한 것도 이러한 물가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대 등으로 이어진다.

지난 달 생산자물가가 급등한 것은 공산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농림수산품, 서비스 가격 등도 오름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공산품은 원유, 곡물, 금속소재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음식료품, 석유제품,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대다수 제품이 올라 전달보다 3.7% 상승했다.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13.6% 급등해 1998년 10월 13.8%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특히 밀과 대두 등의 국제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소비자 식생활에 관련된 음식료품이 된장 22.2%, 밀가루 4.2%, 스낵과자 2.8%, 마요네즈 7.9% 등을 중심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경유(5.5%), 등유(12.9%) 등 대부분의 석유제품도 큰 폭으로 올랐다.

농림수산품의 경우 기온 상승으로 출하가 늘면서 양파, 감자, 배추 등 채소류 가격이 내렸으나 참외, 사과 등 과실류 값은 재고 감소로 공급이 줄어 전체적으로는 2.6% 상승했다.

축산물의 경우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과 쇠고기 수입 개방의 여파로 닭고기는 전달보다 5.6%, 쇠고기가 3.6%, 계란은 4.1% 떨어진 반면 대체 수요가 늘면서 돼지고기 값은 28.0%나 급등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비해 축산 농가들이 조금이라도 제값을 받으려고 출고 시기를 앞당기면서 쇠고기 산지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비스 가격은 화물운임과 TV광고료, 공인회계사 등 전문 서비스 가격이 오르면서 전월대비 0.8% 상승했다.

한은은 국제유가가 연일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도 큰 폭으로 올라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성태 총재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국제 원유가격이 계속 상승했고 환율도 오르고 있어 앞으로 상당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상한선을 웃도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원유가격과 환율이 안정된다면 연말쯤 가서는 물가 상승률이 내려오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