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금리는 유가와 환율에 달렸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8일 기자간담회 내용을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은은 경기 둔화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 총재가 이날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4.5%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고 밝힌 게 단적인 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금통위 직후에도 경기둔화 가능성을 강하게 언급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였다.

채권시장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베팅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달 초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를 기록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한은 관계자는 "당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9%가 피크(정점)일 것으로 봤는데 예상이 빗나갔다"고 말했다.

물가가 예상밖으로 높게 나오면서 한은 입장에선 이번에 금리 인하가 힘들었던 셈이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견이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특히 이번에 한은의 금리 인하를 가로막은 결정적 요인은 유가와 환율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124달러에 육박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1040원대를 돌파하는 등 5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유가와 환율 급등은 모두 물가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성태 총재도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물가 움직임이 당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높게 나왔다"며 그 원인으로 유가와 환율을 꼽았다.

문제는 유가와 환율의 경우 향후 전망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총재도 "유가나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연말쯤에는 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지금 상황에선 '선제적' 금리 인하가 아니라 한달 한달의 유가나 환율 등 경제지표를 확인하면서 금리 방향을 정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성태 총재의 입장은 유가와 환율이 안정되면 금리를 내릴 수 있지만 유가와 환율이 안정될지 어떨지는 지금으로선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지난 4월에 비해 금리 인하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유가와 환율이 계속 오르면 금리 인하 시점이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채권금리는 금리 인하 무산에 대한 실망감으로 큰 폭으로 급등했다.

시장 실세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24%포인트 오른 연 5.22%에 거래를 마쳤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