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학문의 상아탑에서 벗어나 '대학주식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서울대 등 11개 대학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벤처 창업의 산실'을 자처하고 나섰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산학협력단이 자본금의 50% 이상을 '기술'로 출자해 만드는 회사로 학내에서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세대는 이달 중 '기술지주회사 추진위원회'를 발족한다고 8일 밝혔다.

연세대는 현재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나노기술(NT),생명기술(BT) 등 미래성장사업 분야에서 10여개 핵심 기술의 사업성을 검토 중이며 이 가운데 3~4개 기술에 대해서는 이미 내부 검토를 마치고 공인 평가기관에서 기술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강원대도 가칭 '강원벤처기술홀딩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지주회사와 70억원 규모의 펀드로 기술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중점 기술 분야는 강원지역 전략산업인 의료기기와 BT 분야로 정했다.

이 밖에 경희대 동국대 전남대 포스텍 등도 각각 한방의료기술과 IT, BT 분야 등을 중심으로 연내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미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선언하고 구체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학도 5개에 이른다.

지난 3월 서강대가 처음으로 '서강미래클러스터(씨앗)' 설립을 선포한 이후 KAIST 서울대 한양대 고려대 등이 각각 자본금 100억∼1000억원 규모의 기술지주회사 설립 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들 대학은 기술가치평가, 전문경영인 영입 등 설립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한양대다.

한양대는 이미 2개 자회사의 '예비 CEO'를 영입했다.

휴대폰 보이스 잡음제거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예비 CEO는 IBM.안철수연구소 등을 거친 IT 분야 베테랑 이모씨로 알려졌다.

또 과학교육 콘텐츠 분야 경영자는 대교 등 대형 교육업체를 거친 교육사업 전문가로 알려졌다.

이성균 한양대 기술지주회사 대표는 "기술지주회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관련 분야에서 '돈'을 벌어본 경험이 중요하다"며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모셔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내놓고 있다.

이성균 대표는 "현재 과학교육 콘텐츠를 미국 유타대에 어학연수용으로 제공하는 것을 협의 중"이라며 "국내 출판.연수 등과 결합해 최소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개월 전부터 팬택 등에서 휴대폰 잡음제거 기술 사업성에 대한 검증을 받았으며 3주 전부터는 국내 최대의 휴대폰 제조회사에서도 상용화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흥순 전 터보테크 사장을 지주회사 대표로 영입한 서강대도 투자회사인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를 이끌 경영자를 최근 공개모집했다.

현재 1차 평가를 마치고 최종 후보 3명에 대한 2차 인선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주회사 설립추진단을 조직해 노정익 전 현대상선 사장을 단장으로,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등 재계와 정.관계 인사 10여명을 고문단으로 위촉했다.

고려대도 이공계뿐 아니라 경영대까지 참여하는 기술지주회사를 세우기로 하고 다음 달 1차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진우 기자 doc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