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건국 60주년 국제자문위원 맡아달라"
빌 게이츠 "기업가 정신 감명…자선사업 같이하자"
정몽구 회장 "빌과는 2000년부터 잘 아는 사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6일 방한해 불과 4시간 30분간 머물며 분주한 일정을 보냈다.

이날 오후 5시 전용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게이츠 회장은 곧바로 청와대로 향했다.

저녁 6시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약 30분간의 면담을 가진 후 만찬을 함께했다.

이어 8시엔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MS가 개최한 '코리아 이노베이션 데이 2008'에 참석,30분간 차기 디지털 시대를 주제로 연설했다.

8시45분쯤엔 같은 장소에서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을 만나 '차량IT분야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게이츠 회장은 9시30분께 전용기 편으로 일본으로 출국했다.

◆'엑스 박스' 선물=게이츠 회장은 만찬에서 "이 대통령께서 기부를 많이 하시고 자선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며 "퇴임 후 같이 자선 사업을 하자"고 즉석 제안을 했고 이 대통령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화답했다.

게이츠 회장은 만찬 모두 발언에서 "전 세계 60억명 중 문제는 하위 빈곤층 20억명"이라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부터는 부자나 기업을 찾아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씀으로써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이야기하려 한다.

기술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키는지 보여주기 위해 내 생애를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대화하면서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중요시하는 것에 대해 감명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이츠 회장은 만찬 후 가진 기자단과의 일문일답에서 "만약 한국 대통령이라면 미래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교육 인프라 등과 같이 장기적으로 중요한 분야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들은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갖고 많은 학생들이 과학 이공계에 진출할 통로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만찬에 참석한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게이츠 회장과는 2000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라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게이츠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게임기 '엑스 박스'를 선물로 증정했으며 이 대통령은 백자 접시와 주석으로 만든 국제자문위원 위촉패를 증정했다.

만찬에는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김중수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성옥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원장,최규남 한국게임산업진흥원장,이현순 현대차 사장 등도 참석했다.

◆국제 자문위원 수락=이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게이츠 회장을 접견하고 "올해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진정한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적 인사들의 지혜와 경륜을 구하고 있다"고 소개한 후 '대통령 국제자문위원'을 맡아 줄 것을 요청했다.

게이츠 회장은 이를 수락하고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할 좋은 위치에 있다"며 "미국은 점점 첨단 기술 인력이 줄어들지만 한국은 IT 분야의 인력과 기술이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 회장은 이어 "한국이 기술 개발을 통해 인터넷 광통신망의 가격 경쟁력을 낮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접속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등과도 파트너십 추진=게이츠 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중시하고 경제 활력을 적극 제고하는 새 정부의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작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3인 기업부터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파트너십으로 일해 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 밝혔던 '재산 사회헌납 계획'을 소개하며 게이츠 회장 부부가 운영하는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