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국 축구팬에게도 가까이 다가선 '축구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심판과 한국 K-리그 심판의 자질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심판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

일부 감독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판정 불만을 쏟아내고, 일부 구단은 심판이 특정 팀에만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다.

이언 블랜처드(53) 잉글랜드축구협회(FA) 심판위원장은 그러나 잉글랜드와 한국 심판 사이에 자질 차이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3일부터 사흘간 경북 경주에서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엘리트심판교육에 강사로 초청돼 교육을 마친 블랜처드 위원장은 6일 낮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블랜처드 위원장은 잉글랜드 심판과 한국 심판의 가장 큰 차이를 묻자 "양국에서 최고로 일컬어지는 훌륭한 심판만을 놓고 봤을 때 차이는 없다. 다만 경기 자체가 많이 다르다. 경기가 다른 것이지 심판의 자질 차이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사흘 간의 교육 기간 오히려 한국 심판으로부터 배웠다고 했다.

그는 "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은 내 경험을 얘기하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나 역시 교육대상자의 경험을 습득하면서 양쪽 다 발전할 수 있었다. 한국 심판들은 다른 이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고 그것을 자신의 경험에 접목시켜 이해하려 했다. 그것이 가장 배워야 할 자세"라고 설명했다.

블랜처드 위원장에 따르면 선수나 감독, 팬들이 심판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그는 "잉글랜드에서도 심판을 무시하고 거친 언행을 쓰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2-3년 전부터 서로 존중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이라며 "다만 한국처럼 투명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블랜처드 위원장은 판정이 잘못됐을 경우 출전 정지 등의 자체 징계가 주어지고 심판을 보호하기 위해 언론과 직접적인 인터뷰를 자제하도록 권고한다는 것, 19명의 프리미어리그 전임 주심이 약 7만 파운드(약 1억4천만원)의 평균 연봉을 받는다는 것 등 축구종가 심판 시스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심판의 입장에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블랜처드 위원장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의 능력을 완벽히 인정해줘야 한다. 맨유의 박지성은 아주 훌륭한 팀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좋은 선수다. 다른 선수들에게 이상적인 모델이 된다는 점에서 축구 발전에 좋은 일"이라고 했다.

또 "19명의 전임 심판이 2주에 한번씩 만나서 토론을 한다. 선수 개인의 성향에 대해서도 자주 얘기한다. 워낙 다양한 국가의 선수가 소속돼 있어 문화 차이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며 "한국 선수는 심판과 문제가 없어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