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대의 석유화학공장 단지인 전남 여수산업단지에서 정전사고가 나 1000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매우 중요한 석유화학단지에서 2006년 5월에 이어 정전 사고가 재발했다는 점에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여수 산업단지 내 업체들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4시께 한화석유화학에 설치된 피뢰기(낙뢰 등으로부터 전기선로를 보호하는 장비)가 폭발,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여천NCC의 3개 공장 등 5개 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피해를 입었다.

한국산단 여수지사는 여천NCC에서 신고한 피해액만도 6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로부터 에틸렌 등을 공급받는 코오롱 대림산업 폴리미래 등의 생산차질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최대 1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화학공장의 경우 한번 공장이 멈춰서면 공장 내부에 남아있는 굳은 원재료 등을 걷어내고 품질을 안정화시키는 데 2~7일이 걸려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가 평균 1개월 정도의 재고를 갖고 있어 이번 사고로 인해 석유화학제품의 국내 수급과 해외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없을 전망이다.

피해 공장들은 조만간 가동을 재개한다.

정전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여천 NCC 측은 "이날 오후부터 부분적으로 공장 가동이 시작됐고 5일 중엔 완전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석유화학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른 입주 업체들까지 피해를 입은 것은 현재 여수산단 내 모든 공장이 같은 송전로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여수산단 관계자는 "현재 단선으로 돼 있는 전력 공급 체계를 이중 선로로 만들어 한 송전로에서 정전이 일어나도 다른 송전로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도 이날 여수산단을 찾아 "여수 석유화학단지처럼 국가경제에 영향이 큰 집적단지에 대해서는 순간전압 강하 억제 설비를 설치하고 송전선로를 복선화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2년 만에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면서 사고 원인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단지 내 업체들 간 책임 공방도 예상된다.

한전 측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피뢰기 폭발에 대해 "교체 주기가 15년인 장비를 한화석유화학 공장은 30년가량 사용했다"며 공장 측이 낡은 피뢰기를 교체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화석유화학은 "폭발한 피뢰기는 설치한 지 28년 된 제품"이라며 "피뢰기는 내구 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더러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30~40년간 사용한다"고 맞섰다.

한전과 피해 업체 측은 관련 전문가들로 합동조사반을 구성,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키로 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