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 이전까지만 해도 가톨릭에선 금요일에 고기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 신자가 미사포를 쓰지 않고 교회에 들어가는 것이 죄를 범하는 행위였다.

성경은 <출애굽기><레위기> 등에서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 주는 행위를 금하고 있지만 은행업은 서구 사회에서 먼저 발달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죄는 진화한다'고 말한다.

수음(手淫)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톨릭 교회가 수음을 금지한 것은 정액 속에 아주 작은 사람이 들어 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이 같은 오해가 풀린 데다 최근에는 수음이 전립선암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따라서 수음과 피임을 전제로 한다는 이유 때문에 시험관 수정을 금지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그는 설명한다.

저자는 또 현실적 욕구가 교회의 힘을 능가하면서 서구에서 둔해졌던 죄의 관념이 2001년의 9ㆍ11테러 이후 부활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9ㆍ11을 계기로 광신도나 회의주의자 할 것 없이 신의 문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죄에 대한 의식도 함께 돌아왔다는 것.

이를 계기로 저자는 '죄의 진화',회개의 불편함 때문에 죄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드는 '죄의 피로','무죄 추정의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원죄설의 쇠퇴,환경 파괴ㆍ인종 차별 등 새로 등장하기 시작한 '현대적인 죄'에 대해 꼼꼼히 살피고 있다.

그러면서 "죄의 미래에 대한 결정권은 인간이 쥐고 있다.

죄를 활성화하거나 압살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라며 겸손과 이해를 바탕으로 용서의 문을 넓히라고 강조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