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들이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를 위해 앞다퉈 도입한 첨단 기기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판이다.

잦은 오작동,계산 착오에다 나이 든 고객들에게는 쉽지 않은 조작법 등으로 인해 도입 당시 의욕적 확대 방침을 보류하고 방치해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미국 월마트 등에서 널리 운영하는 '무인 계산대(셀프 체크아웃)'를 2005년 영등포점과 잠실점에 각각 4대씩 도입했다.

무인 계산대는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해 대금을 지불하기까지 과정을 직원의 도움 없이 고객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기기.

그러나 30일 홈플러스 영등포점을 방문한 결과 무인 계산대 앞에는 당분간 사용하지 않는다는 푯말이 내걸려 있었다.

거스름 돈을 잘못 내 주는 등 대금 계산 착오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당초 소비자 호응도와 효율이 입증되면 무인 계산대를 모든 점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전혀 늘리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월 대당 1000만원짜리 '스마트 카트' 10대를 수서점에 들여왔다.

스마트 카트는 고객이 자택ㆍ사무실에서 이마트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할 품목 목록을 입력하고 매장에 가면 카트에 달린 LCD 화면에 구매할 상품이 일목요연하게 뜨면서 상품 위치까지 알려 주는 기능을 가진 것.하지만 이 '똑똑한 카트'는 오후 6시 이후론 매장에서 사용할 수 없다.

매장 관계자는 "상품 위치가 잘못 표시되거나 화면이 아예 가동이 안 돼 주부들이 많이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는 일부러 빼 놓는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스마트 선반'을 들여와 서울역점에 시범 체험관을 연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매장 내 설치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스마트 선반은 구매 상품의 정보와 조리법까지 알려 주는 첨단 기기.매장 관계자는 "한 번 고장 나면 복구비가 엄청나 매장에 내놓긴 아직 불안하다"고 말했다.

장성호/최진석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