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마지막 임시국회가 열리던 지난 25일,통합민주당은 모처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가졌다.

손학규 박상천 공동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정부의 쇠고기 협상문제 등 최근 현안에 대해 짐짓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당 지도부의 '말'이 아니라 손 대표의 '발목'에 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낙선으로 마음고생이 심한 터에 발목까지 다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나타난 손 대표에게 시선이 집중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그보다는 민주당에서 손 대표의 부상 이상의 뉴스를 접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24일 민주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당으로서 처음 대통령을 대면하는 자리인 만큼 '뭔가 보여줄 것'이라는 당직자들과의 기대와 달리 지도부는 외교문제와 쇠고기 수입 문제 등과 관련해 원칙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에게 'BBK사건'과 관련한 고소ㆍ고발을 취하해 달라는 '읍소성'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대통령이 얼굴을 붉힌 것도 이 대목이었다는 게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의 말이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손 대표는 시종일관 정색하고 할 말을 다했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대선에 이은 총선 참패로 여당에서 야당으로 추락한 민주당은 요즘 '뉴스메이커'와는 거리가 멀다.

뉴스를 만들지 못하다 보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연일 쏟아내는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게 고작이다.

독자적인 이슈를 만들기는커녕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의 고유기능마저 한나라당에 '양보'했다.

정부의 추경편성 추진에 제동을 건 것도 다름아닌 한나라당이다.

이명박 정부의 '헛발질'에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국민은 한쪽이 잘못한다고 대안세력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정치세력의 손을 무작정 들어주지는 않는다.

민주당이 하루빨리 무기력한 모습을 털어내고 야당으로서의 '본색(本色)'을 되찾지 못하는 한 '정권을 되찾아오겠다'는 구호는 공허할 뿐이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