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미디어 렙의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민영 미디어 렙은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모든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현행 제도와 달리 방송사가 개별 대행사를 만들어 광고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2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화부는 최근 미디어 렙 도입과 관련한 '방송광고제도 개선 회의'를 열었으나 이해 당사자들 간의 견해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미디어 렙 도입에 찬성하는 지상파 방송사와 광고주협회는 "미디어 렙은 구 시대의 유물"이라며 "규제 개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협회와 지역 민방,종교방송을 비롯한 중소 방송사 등은 미디어 렙 도입은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미디어 렙이 시행되면 지상파에만 광고가 쏠려 매체 간 균형발전이 크게 저해되는 것은 물론 광고 단가 역시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상연 신문협회 부장은 "몇 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 미디어 렙이 도입되면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문을 닫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광고주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신문 광고가 최소 10∼2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종교방송협의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원식 불교방송 기획팀장도 "지상파는 정부의 허가를 받는 공익재 성격을 가졌는 데도 광고에서만 시장 경제 운운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미디어 렙은 광고 독과점 체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때문에 정부는 아직 미디어 렙 도입에 관한 구체적인 방침이나 향후 로드맵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관계자는 "미디어 렙은 법(방송법 73조)을 개정해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며 "시행이 되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