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투자 펀드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들 펀드가 자산의 90%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홍콩 증시가 급반등한 결과다.

주요 중국 펀드들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이 평균 20.75%를 기록하며 지난해 말 이후 지속됐던 하락세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단기 수익률이긴 하지만 중국펀드는 최근 1개월간 실적을 놓고 볼 때 이머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가 분석한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는 59조5503억원이고 이 중 중국펀드 설정액은 20조9225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이에 대해 조 로(Joe Lo) 씨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단기적인 급등락에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투자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지역 중에 하나라는 점이 투자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로 이코노미스트는 씨티그룹의 대표적인 아시아태평양 통이다.

특히 중국과 홍콩 경제에 해박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중국 증시가 그동안 다른 나라에 비해 과열돼 있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 보인 것일 뿐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주가를 유지한 기업들을 골라내는 것이 펀드매니저의 능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성장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기업은 중국 내수 시장을 상대로 장사하는 기업들"이라며 "최근 중국 시장에서 '유통대전'을 벌이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를 통해 중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펀드매니저들의 능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시기"라며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봤을 때 포트폴리오에 중국 주식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로 이코노미스트는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이에 따라 중국 수출품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이 열린다고 해서 당장 중국 경제가 고성장세를 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수출 성장률이 둔화되는 현재의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항상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절상,임금 인상,수출 관세 환급 철폐 등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만한 위험 요소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당분간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식품,에너지,비료 등 특정 부문에서 가격 통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국 증시가 또 다시 버블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 조짐이 보이면 부동자금이 다시 주식과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로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여신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으며 여신이 증가하지 않도록 분기마다 확인하고 있다"면서 버블 가능성을 일축했다.

로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의 경우 위안화 강세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 가치 상승률이 내년에 7.5%를 기록하고 2009년 이후 3년간은 5~6% 절상될 것"이라며 "임금은 위안화로 지불하나 대금은 달러로 받기 때문에 수출업자들의 생산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수익 마진은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위안화 강세 현상이 외국인 투자가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로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강세는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 및 소득 상승으로 이어진다"면서 "그만큼 고가의 상품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1인당 GDP가 5년 후에는 6000달러로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이며 중국 내수시장을 노리는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중국 소매 매출 규모는 작년 한 해 16.8% 증가해 1조2000억달러를 기록하며 최초로 일본 소매 매출 규모를 앞지르게 됐다.

홍콩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로 이코노미스트는 HSBC에서 리스크 분석 업무를 담당하다 1994년 씨티그룹에 합류했다.

중국과 홍콩의 거시경제 연구를 10년 이상 해오며 이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