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한국전력 등 발전회사들은 연간 전력공급량의 4~5%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것으로 채우도록 의무화된다.

석유 석탄 등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줄여 에너지 자급도를 높이고 공급 구조를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하지만 에너지 생산 원가가 높은 '녹색전력' 도입이 의무화됨에 따라 그만큼의 전기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발전회사들은 앞으로 일정비율 이상의 녹색전력을 생산 또는 구입할 의무를 갖는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할당제(renewable portfolio standardㆍRPS)'를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한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6개의 한전 발전자회사는 태양광,풍력,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전문 발전회사로부터 구입해서 의무량을 채워야 한다.

녹색전력 의무비율은 4~5%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각 발전사들이 의무비율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할당제 도입안'을 조만간 경제정책조정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또 정책 조정을 마치고 의무비율 준수를 골자로 한 신재생에너지 개발ㆍ이용ㆍ보급 촉진법을 개정하는 작업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에너지 공기업에 할당될 신재생에너지 생산 의무비율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우선 5% 안팎에서 시작해 향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할당제가 시행되면 걸음마 단계인 국내 에너지 자급도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환경친화적 에너지 생산구조 확대도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미 신재생에너지의 특성에 주목해 2011년 신재생에너지 보급률 5%(발전량의 7%)를 달성키로 목표를 설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현재 총 에너지 공급량의 1.3%(국제기준)에 불과해 OECD 국가 중 꼴찌(30위) 수준이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정부는 올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율을 높이기 위해 5326억원을 투입키로 했지만 녹색전력을 생산할 설비 도입에 쓰일 예산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된 전력을 소비자에게 일반전력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녹색가격제도' 등의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녹색전력을 사용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에겐 일반 전기료보다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기존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에게 생산 원가 중 일부를 지원하던 발전차액제도의 예산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할당제 도입은 기존 발전 차액 지원제도로 인해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전력의 원료 가격에 연동해 전기 요금을 조정하는 '원가연동제' 등을 도입해 중ㆍ장기적으로 전기료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장창민/차기현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