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머리 맞댄 한ㆍ일 재계 리더들] "러ㆍ중 인프라건설 협력ㆍ기술개발 기금 조성"
"한국과 일본 기업이 협력해 중국과 러시아 인프라에 투자하자." "한·일이 동시에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자." "부품ㆍ소재 협력 펀드를 만들자."

한국과 일본의 재계 대표들이 두 나라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21일 도쿄 데이코쿠호텔에서 개최한 제1회 '비즈니스서밋 라운드테이블(BSR)'에선 구체적인 아이디어들이 만발했다.

양국의 재계 총수들이 두 나라 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 협력 방안을 쏟아낸 것이다.

비즈니스서밋 라운드테이블은 지난 2월25일 한ㆍ일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양국간 투자활성화를 위해 민간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합의한 것이 출발점이다.

두 나라 재계는 2차 회의를 오는 8월 서울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 경제5단체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구본무 LG,최태원 SK,박삼구 금호아시아나,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 19명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선 미타라이 후지오 게이단렌 회장(캐논 회장)과 조 후지오 도요타자동차 회장,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 등 17명이 나왔다.

논의 내용을 정리한다.

◆미타라이 회장=한국과 일본은 30여년 이상 긴밀한 경제교류를 해왔지만 최근 수년간은 유감스럽게도 관계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노사관계 안정,투자환경 개선 등에 강한 의지를 보인 만큼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는 늘어날 것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맺어지면 더욱 강력한 협력도 가능하다.

◆조석래 회장=한국의 작년 대일적자는 30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한국 내에선 심각한 대일역조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간 FTA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

한국민은 일본과의 교역확대가 손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일본 기업이 한국에 대한 부품ㆍ소재분야의 투자를 늘려 대일역조를 개선해야 한다.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투자확대 기회다.

◆이희범 무역협회 회장=한ㆍ일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두 나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은 한국 기업의 일본 시장 진출 장애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까다로운 인증검사 등 비관세 장벽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일본 기업들이 가장 큰 애로로 느끼는 노사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일본 기업 전용공단 설치나 한ㆍ일 간 합작투자,기술제휴,공동 기술개발 등을 위한 기금 조성도 필요하다.

실천을 위해 '한ㆍ일 교역 및 투자촉진 협의회'를 구성하자.

◆우쓰다 쇼에이 미쓰이물산 사장=한ㆍ일 두 나라가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진출 지역은 전 세계 경제지도 변화를 감안해 찾아야 한다.

예컨대 중국 산둥성을 포함한 발해만 경제권과 러시아 연해주 인근의 동해경제권은 성장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철도 등 인프라가 취약하다.

이들 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에 한국과 일본 기업이 손잡고 나서면 효과적일 것이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경협확대를 위해선 양국간 인적 교류가 중요하다.

일본은 한국과의 기술인력 교환 등에 소극적이다.

기술 유출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기술이전은 일본에도 이점이 많다.

한국의 산업이 성장하면 일본 입장에선 그만큼 부품ㆍ소재 수출시장이 커지는 것 아닌가.

한국 기술자의 일본 연수나 일본 퇴직 기술자의 한국 기업 취업 등에 더 관심을 기울여 달라.

◆조 후지오 회장=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보나 교역규모로 보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두 나라는 환경문제,고령화ㆍ저출산 등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협력할 분야가 많다는 얘기다.

한ㆍ일 양국 인구는 1억7000만명,국내총생산(GDP)은 5조달러를 넘는다.

기술력과 근면한 노동력까지 감안할 때 두 나라가 손잡고 서로 경쟁력을 높이면 동아시아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박삼구 회장=서머타임제의 한ㆍ일 동시 실시를 제안한다.

서머타임제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여가시간을 늘려 내수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현재 김포~하네다 항공노선은 좌석난이 심각하다.

하네다 공항에 제4활주로가 생기면 한ㆍ일 노선을 2개 이상 늘려야 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