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불안 속에 코스피지수가 조심스럽게 반등하자 펀드시장에서도 화색이 돌고 있다.

지수가 오르면 투자이익 실현 심리가 확산돼 펀드 환매가 집중될 것이라는 일부 증시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투자자금이 펀드시장으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굿모닝신한증권과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이달 들어서만 17일 현재까지 8천387억원 증가했다.

특히 14~17일까지 1주일 간 국내 주식형 펀드로 6천852억원의 자금(재투자분 제외)이 유입됐다.

이는 전주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천18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15일 하루 동안 주식형펀드 순유입액은 5천억원 이상으로 일간 유입액으로는 올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순유입액은 총 6조여원에 달했다.

코스피지수는 3월 중순 1,500대까지 내려갔다가 서서히 상승바람을 타면서 1개월 여 만에 226포인트나 뛴 1,800선을 탈환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대비 28.58포인트(1.61%) 오른 1,800.48로 마쳤다.

주가가 오르면 환매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증권가 일각의 부정적인 전망과 달리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지수가 1,800선을 웃돌면 일부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코스피지수가 작년 10월 고점 이후 줄곧 약세를 지속한 만큼 작년 하반기에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그간 마음 고생을 한 탓에 펀드가 원금을 회복하면 환매 압박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신용위기와 인플레이션 문제 등으로 고전을 겪고 있는 글로벌 증시에 비해 코스피지수의 반등폭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이번 반등이 추세적으로 지속할 지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워 일단 환매하고 보자는 심리도 단기 환매를 자극할 수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최근 신용위기 등의 글로벌 시장 위험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낙폭 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호재 등으로 단기 반등한 측면이 크다"며 "지수 1,800 이상에서는 펀드투자자들 사이에선 손익을 따져 환매 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매 대기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대량환매(펀드런) 발생 가능성은 없으나 일정 부분 환매 물량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지수 상황에 따라 환매 시기는 분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 투자자들은 작년에 5월 말까지 환매에 집중한 뒤 6월부터 투자로 돌아서 지수 고점 부근인 8~9월에 집중적으로 국내 주식형펀드 가입에 열을 올렸다.

때문에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대다수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펀드평가 제로인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들은 작년 11월1일 이후 -15.40%의 수익률을 나타내 원금 손실을 기록 중이다.

따라서 지수의 추가 상승을 기다리는 심리가 맞서면서 환매 시기를 미루는 투자자들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팀장은 "지수 1,800대가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좀 더 지켜보자는 심리가 클 것이므로 환매 물량이 나타나겠지만 시장 악화를 우려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남수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지수 1,600선 이후 예전보다 탄력이 떨어졌지만 주가가 빠질 때마다 자금이 유입됐다"며 "자금의 유출입은 다소 엇갈릴 것으로 보이나 현 지수대에서는 아직 이익을 크게 보지 못한 만큼 펀드 투자비중을 줄일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수 저점이라는 바닥 심리는 지났기 때문에 펀드 가입 기회는 많이 사라졌다"며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는 지수가 1,600선까지 내려갈 때를 기다렸다가 투자시점을 노려라"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