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 정부가 미국측의 요구대로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부위 제한없이 모두 받아들이기로 했다.

당초 우리측이 주장했던 강화된 동물사료조치 '이행' 시점의 연령제한 철폐나 수출검역증명서상 소 연령표시 등의 안전성 강화장치 대부분은 끝내 관철시키지 못해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미 관계를 고려하느라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양보만 한 협상 타결
'동물성사료 금지 조치'란 소의 뇌.내장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원료로 만든 동물성사료를 다른 가축들에 먹이는 것을 규제하는 것이다.

당장 쇠고기 생산 과정에서는 SRM이 제거된다 해도, SRM을 사료로 만들면 돼지.닭 등이 광우병에 걸리거나 다시 이 동물들이 원료가 된 사료를 먹은 소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차감염' 우려 때문에 영국 등 유럽 국가들과 일본 등은 소 도축 과정에서 나온 SRM을 전량 폐기.소각하고 다른 동물용 사료로 사용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지난 98년 시작된 현행 미국의 동물성 사료 규제는 '소.양 등 반추동물에서 나온 단백질 부산물을 다시 반추동물에 먹이지 못한다'는 것으로, 유럽과 일본 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소에서 나온 SRM이 반추동물이 아닌 돼지나 고양이 등의 사료로 사용하는데 제한이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 역시 지난해 5월 미국에 광우병위험 등급 가운데 두 번째인 '광우병위험통제국'을 부여하면서 이 같은 동물성사료 조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우리측은 당초 미국의 강화된 동물성사료 조치를 '시행'하는 시점까지 '30개월 미만'이라는 현행 연령 제한을 고수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완강히 거부하자 결국 동물성사료 조치 시행을 '공포'하는 선에서 제한을 풀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입법예고된 동물성사료 조치 강화안을 "언제부터 시행하겠다"고 관보에 게제하는 것만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받겠다는 얘기로 광우병 검역의 상징적 연령 가이드 라인인 '30개월미만'을 포기한 셈이다.

'30개월 미만'이라는 연령 기준은 광우병 관련 검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광우병이 대부분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연구 등에 따르면 30개월 미만 소의 광우병 발병도 20여건 정도 보고된 바 있으나, '30개월 미만'이 연령상 광우병 안전 기준으로 통용돼왔다.

◇ 30개월 이상.이하 구분 안돼
교역 가능한 광우병위험물질(SRM)을 정확히 구분하기 위한 수입검역증명서상 '연령표시' 부분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행 OIE 권고에 따르면 미국과 같은 '광우병위험통제국' 쇠고기 교역에서 SRM의 경우 30개월령 이상이면 7가지 SRM을 모두 빼야하지만, 30개월 미만일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 이외 뇌.두개골.척수.눈.척주(등뼈) 등은 제거할 의무가 없다.

이처럼 연령별로 SRM 제거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당장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부터 받게 되면 우리로서는 안전성 측면에서 수입된 제품의 연령을 확인할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산 등뼈가 들어왔을 때 이것이 30개월미만 연령의 소에서 나온 것이면 상관없지만, 30개월이상이면 수입금지 품목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측은 이번 협상 기간 계속 이 연령표시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OIE의 권고 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일단 SRM의 하나인 등뼈가 들어가는 'T-본'스테이크에 대해서만, 그것도 180일동안 한시적으로 미국이 '30개월이하' 연령에 맞게 제대로 SRM을 제거해주기만을 믿는 수 밖에 없게 됐다.

◇ 광우병 발생해도 수입중단 안해
또 미국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 정부가 즉각 수입이나 검역을 중단할 수 없다는 조건도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현행 위생조건에는 잦은 위생조건 위반 등으로 미국의 검역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정부가 자체 판단에 따라 수입을 전면 금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위생조건에서는 극단적으로 광우병이 발병해도 미국은 자체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우리 정부에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

원칙적으로 OIE가 미국의 광우병 현황이 심각하다고 판단,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박탈하지 않는 한 우리측은 계속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게된다.

한미 쇠고기 협상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농림수산식품부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하향조정하지 않기 때문에 전면 수입금지 조치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사망한 여성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으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미국은 광우병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로 판정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협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